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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6호: 비 오는 날의 풍경

HIT 1510 / 최학수 / 2007-08-05



장마가 끝났지만 무더위 틈틈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쉬는 날에 창 밖으로 바라보는 비 오는 풍경은 나름의 감동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빗속을 뚫고 출근한다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복잡한 전철 속에서, 우산 들고 땀내 섞인 공기를 들이마시는 출퇴근 길은 즐거움과는 거리가 멉니다.

저는 프리랜서지만 요즘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몇 주째 강남의 한 고객사로 버스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지지난 주 월요일 새벽, 눈을 뜨니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월요일에 비까지 내리니 출근길이 어떨지는 불문가지. 그 때 작은 결심을 했습니다. ‘오늘은 좀 더 일찍 출근해야지.’ 평소 집을 나서는 시간이 6시 45분인데 그날은 6시 30분에 나섰습니다. 딱 15분이었지만 그 시간이 출근길의 여유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이는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출근 길은 아직 붐비지 않았고 승객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빈 자리가 없어 서서 갔는데, 그날은 맘에 드는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아침방송 채널을 맞추고 창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차창을 흘러 내리는 올챙이 모양의 빗방울들, 이어폰을 타고 흐르는 감미로운 음악, 도시를 수놓은 여러 색깔의 우산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리고 비에 젖은 거리의 빌딩들… 정장 차림에 무거운 노트북 가방을 들고 우산까지 쥔 출근길이 즐거웠습니다.

상쾌하게 사무실에 도착해서 맑은 기운으로 일과를 계획했습니다.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메일을 점검하고 홈페이지(www.igniteu.co.kr 다들 아시지요? ^^)를 둘러 보았습니다. 업무를 시작하고 제법 시간이 흐른 후 한 동료가 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길이 장난이 아니에요!” 30분 넘게 지각한 그는 다소 과장된 어투와 표정으로 교통상황을 전했습니다. 사람 좋은 그 친구, 월요일부터 지각한 것이 무척이나 미안했나 봅니다. “고생 많았어요”, 미소 지으며 그의 마음을 받았습니다.

어느 나른한 오후, 비라도 내리기 시작하면 누군가의 ‘비 온다’는 소리에 잠시 일손을 놓고 한마디씩 합니다. 어떤 이는 ‘주기(酒氣)가 탱천한 날’이라며 부침개에 막걸리 한잔을 그리워하고, 또 어떤 친구는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친구와 담소 나누기를 소망합니다. 우산을 챙기지 못한 것을 후회하거나 퇴근 길이 얼마나 번잡할까를 걱정하는 현실주의자도 있습니다. 이래 저래 흐트러진 분위기를 핑계 삼아 동료들과 차 한 잔 하거나 담배 한 대 피우면서 잠시 쉬어가곤 합니다. 그 때 갑자기 내린 비를 미처 피하지 못한 외근 직원이라도 들어오면 공연히 미안한 마음에 따뜻한 커피 한 잔 건네며 옷의 물기를 털어 줍니다.

비 갠 후, 사다리타기로 한 번 동한 입맛을 끝내 달래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한국인이 나서거나, (매우 드물긴 하지만) 순대, 떡볶이를 슬그머니 내놓는 센스 만점의 상사가 있다면 그 부서는 성과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분위기 하나는 ‘제법 괜찮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가 오고 눈이 오는 것이 업무와 무슨 상관이냐며 미동도 하지 않는 상사나 동료가 있다면 그는 자기관리에 철저한 프로페셔널임에 틀림 없으나 친구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 오는 날, 여러분 직장의 풍경은 어떻습니까. 궂은 날씨 따라 마음을 가라앉히기, 의도적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즐기기, 주변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회를 만들기, 변함 없이 일에 집중하기…

비 오는 날, 여러분은 어떤 마음의 풍경을 만들고 싶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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