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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5호: 백사실 숲을 거닐며

HIT 1594 / 정은실 / 2007-07-30

 

어제 백사 이항복 선생이 안거하셨다는 백사실 숲을 자연과 생태를 공부하는 지인들과 4시간 남짓 거닐었습니다. 그 숲에서 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다양한 모양으로 구부러진 나무줄기들이었습니다. 흔히 보는 가로수들은 대개 쭉쭉 곧은 모습으로 자라 있는데 숲 속의 나무들은 곧은 모습이 드물었습니다.

‘저 나무가 처음 싹을 틔우고 성장해가는 동안 그 어느 시점마다 나무가 방향을 틀거나 가지를 포기하도록 하는 사건들이 있었을 것입니다.’라는 나무 해설가 김용규님의 설명을 들으며, 저는 한 나무마다의 역사를 느꼈습니다. 옹이 하나, 줄기가 휘어진 각도 하나가 모두 다 그들이 거쳐 온 성장의 기록이었습니다. 수 년 전 혹은 수 십 년 전에 한 나무의 주변에서 아마도 일어났을 일들이 사진의 한 장면처럼 그려졌습니다. 비록 한 곳에 뿌리내린 후 움직일 수 없는 그들이었지만, 그 주어진 조건에서 그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해온 것입니다.

나무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역사를 알아차리자 지금의 모습들이 안쓰러우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지금 그들로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나무들 위로, 나무의 그것과 다르지 않은 우리 인간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나무의 모습이 그들의 역사를 담고 있듯, 우리의 모습도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담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나무가 경쟁 속에서 한 쪽 가지를 포기하거나 새로운 가지를 만들었듯이, 천재지변이나 동물에 의해 상처를 입으면서 새로운 성장의 모습을 결정했듯이, 우리도 삶의 크고 작은 선택의 시점마다 우리가 내린 선택들에 의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된 것입니다.

가족, 학교, 사회, 직장에의 적응, 전공과 직업의 선택, 삶의 반려자 결정 등과 같은 큰 선택들이 우리에게 있었습니다. 또한 고민하거나 잊어버리거나 웃거나 울거나 시도해보거나 포기하거나 짜증을 내거나 이해를 하거나 해야 할 자잘한 일상의 선택들이 수없이 많이 우리에게 있었습니다.

나는 그동안 삶의 크고 작은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해왔는가를 생각해봤습니다. 그 선택들이 지금 나의 모습에 남긴 흔적들을 들여다봤습니다. 그 흔적은 외모, 사회적 위치와 같은 외적인 모습에도 남아 있고, 성격, 가치관과 같은 내적인 모습에도 남아 있음을 보았습니다. 그랬습니다. 나의 모든 것들이 이제까지 내가 살아온 삶을 증거하고 있었습니다. 나의 비틀린 모습 하나도, 나의 상처 하나도, 나의 지식 하나도, 나의 가치관들도 삶의 크고 작은 선택의 과정이 나에게 남긴 것들이었습니다.

2007년 7월27일 오후 백사실 숲에서 배웠습니다. ‘나의 모습은 귀하고 아름다운 내 삶의 역사다. 지금의 내가 내 과거의 귀한 기록이듯, 현재의 선택이 내 미래를 만들 것이다.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것. 그리고 가장 아름답게 성장시킬 것. 삶이 계속 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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