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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2호: 어떤 주말

HIT 5588 / 최학수 / 2007-07-08


토요일 저녁 늦은 8시,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려 하는데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운전석 옆 창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비소 문은 이미 닫혔을 시간이고, 고장이 운전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터라 그냥 출발을 했습니다. 자연스레 가족의 대화는 자동차 창문 고장이 되었습니다.

'닫힌 상태에서 고장이 나서 그나마 다행이네. 열린채로 고장이 났으면, 비 오면 어떡할 뻔 했어.'

'그런데 고속도로 요금소에서는 어떻게 하지. 내려서 표를 뽑아야 하는 거 아니야? 조금 X 팔린다. 뒤에 오는 차가 저 차 왜 저러나 하겠다.'
'그럼 아빠, 우리 국도로 가요.'
'뭐 그런 거 갖고 그래. 그냥 가면 돼. 걱정하지 마.'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은근히 신경이 쓰였습니다. 평소 무신경하게 지나쳤던 통행권 발권기 통로가 떠오르면서 어떻게 표를 뽑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차에서 내려서 표를 뽑는 모습을 떠올리니 좀 우습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문제의 고속도로 진입로가 보였습니다. 운전을 하고 있던 아내가 속도를 줄이며 발권기 옆에 차를 접근시켰습니다. 아이들도 하던 이야기를 멈췄습니다. 차 안은 잠시 침묵과 긴장이 감돌았습니다. 운전석 위치가 발권기 옆에 정확히 일치하도록 차를 조심스레 세우는 아내의 모습은 제가 이제까지 본 가장 정교하고 신중한 모습이었습니다. 옆에 있던 저는 여차하면 내릴 양으로 안전벨트를 풀고 엉덩이를 반쯤 든 상태에서 시선을 발권기 옆으로 고정시켰습니다. 아내는 차를 세우고 잠시 망설이더니 안전벨트까지 풀고 자신 없는 모습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10센티미터나 되었을까요, 그 좁은 문 틈으로 손을 내밀어 손을 뻗쳤는데 뜻밖에도 표가 잡히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득의 양양한 표정으로 표를 저에게 건넸습니다. 참 사랑스러운 아내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그 작은 일에 그렇게 기뻐하며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입구가 있으면 출구가 있는 법. 하지만 입구에서 이미 문제없음을 확인한 우리는 출구를 맞이하는 마음이 한결 편안했습니다. 목적지 요금소에 도착해서 아내는 자연스럽게 정 위치에 차를 대고 문을 연 다음 그 틈으로 표와 요금을 건넸습니다. 이번에는 안전벨트도 그냥 맨 채로 말입니다. 저 또한 고개만 돌린 상태에서 아내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저와 아내의 눈길은 영수증을 건네는 검표 직원의 얼굴에 가 있었습니다. 문이 열릴 때 잠시 황당해하던 검표 직원은 재밌다는 듯이 빙그레 웃었습니다. 우리도 즐거운 미소로 답했습니다.

뜻하지 않은 작은 고장으로 인해서 우리 가족은 색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운전석 창문 고장은 약간 불편했지만 요금소를 통과하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괜한 신경을 쓴 것이었습니다. 창문을 내리는 대신에 문을 열고 표를 뽑고 요금을 내는 것은 뜻밖에도 서로에게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편안하게 평소와 다름을 즐기자.

자동차 고장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 주말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주말은 평소와 무엇이 달랐나요? 어떤 즐거움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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