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개발연구소 로고

꺾인 가지에서 잎을 피우고 새로운 가지를 만들다

HIT 1127 / 정은실 / 2007-05-09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거실 창 밖에는 대추나무 한 그루와 감나무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나무와 온전히 바라볼 수 있어서, 도시에 살면서도 땅의 기운을 받고 싶어서 2층을 선택하여 살고 있는데, 나무들로부터 받는 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변화를 언제나 느낄 수 있습니다. 뾰족뾰족 돋아나는 새봄의 모습, 거실 창을 온통 채우는 한 여름의 무성한 녹음, 작은 열매가 점점 커지며 탐스럽게 익어가고 나무를 찾아들어 열매를 쪼아 먹는 새들까지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가을의 모습. 심지어, 막내가 손을 내밀어 가까이 있는 열매를 몇 개쯤 따먹을 수 있는 재미까지도 누립니다. 썰렁한 겨울에는 이른 아침 햇살이 하얀 거실창 블라인드로 들어올 때 멋진 나무 그림자 액자가 연출이 됩니다. 이런 아름다움에 내내 눈을 떼지 못하다 보니 아파트 화단에 서 있는 나무들이지만 늘 우리 감나무, 우리 대추나무라고 부를 정도로 나무들이 한 가족 같습니다. 

그런 귀한 감나무에게 작년 가을에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파트들을 돌면서 상습적으로 열매를 털어가는 사람들에게 제법 굵은 가지가 하나 부러지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냥 당장 열매를 따는 데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라서 가지에 무리가 가는 것은 생각지도 않고 가지를 함부로 잡아당긴 통에 그런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겨우내 가지가 거의 다 부러져서 한 쪽 껍질 정도만 채 2센티미터도 안되게 연결되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흉한 모습을 보면서, 미리 지켜주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고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올 봄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거의 부러진 가지에서도 다른 튼튼한 가지에서와 마찬가지로 새잎들이 돋아난 것입니다. 혹시 내가 잘못 본 것일까 싶어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하고 남편까지 불러서 확인을 했는데 분명 그 가지에서 나온 잎들이었습니다. 참 경이로웠습니다.  겨우내 감나무는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상처를 돌보고 있는 중이었나 봅니다.

오늘 오랜만의 시간여유를 즐기며 내다본 감나무에는 또 한 번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 형편없이 꺾인 바로 그 부위에 새로운 작은 잎들이 돋아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부러지지만 않았다면 그 부위는 새 잎이 그렇게 많이 돋아날 부분이 아닌데 말입니다. 만약 지금 저렇게 간신히 매달려서 땅을 향해 뻗어 있는 가지가 마침내 고사해버린다면 지금 돋아나고 있는 잎들이 가지로 자라나 하늘을 향해 새롭게 자라나갈 것입니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었던 불가피했던 상황으로 인해 일어난 가지의 꺾여짐을 그대로 수용하고, 현재의 잎을 피우면서도 다음의 성장을 위한 새로운 변형을 일으키고 있는 감나무의 모습에서 참 많은 것을 배웁니다.

... 불가피한 것은 수용할 것...,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고 지금의 나로 아름다울 것..., 지금 여기에서부터 새롭게 성장할 것..., 그래서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미래를 준비할 것..., 생명이 있는 한 결코 포기하지 말 것...

언제 저희 집에 오셔서 우리 감나무 한 번 같이 보시지 않겠습니까?



<우리 감나무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사진 찍는 기술이 서툴러서 사진을 올리지 못합니다. 조만간 잘 찍어서 사진도 보여드리겠습니다. >
 

 
이름 비번
스팸방지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