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숲 편지 179호 : 어느 길로 가든 서둘지 말라고
HIT 512 / 정은실 / 2016-07-13
집에서 사무실로 가는 길목에 있는 아파트 상가의 작은 화단에서
도라지꽃 서너 포기를 발견했습니다.
누가 심어 놓았는지 예쁜 별 주머니 같은 꽃망울이 부풀어 오른 것을 어제 처음 봤습니다.
늘 천천히 오가던 산책길 대신 지름길로 가다가 선물처럼 만났지요.
도심의 아파트 상가 화단에 도라지꽃이라니!
아직 흰빛이 더 강한 꽃망울도 있고,
보랏빛으로 옮겨가고 있는 꽃봉오리도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회의가 있어서 발걸음이 살짝 바빴는데도
하루 동안 도라지꽃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하여 화단을 찾아갔습니다.
어제 아침 하얗던 녀석은 제법 은은한 보랏빛을 띠고 있고,
연보랏빛이던 녀석은 하루 사이 활짝 꽃을 피웠더군요.
빛깔이 변하고 꽃잎이 열리는 그 신비로운 순간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불과 몇 시간 동안 분명 그 공간에서 일어났을 그 변화의 순간들이 생생히 그려졌습니다.
어느 길로 가든 서둘지 말라고,
어느 길에도 아름다움이 있다고,
발길 잠시 멈추기만 해도 보일 것이라고,
올망졸망 도라지꽃 꽃망울들이 어제 오늘 나에게 그렇게 말을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