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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숲 편지 174호 : 첫 그림 그리기

HIT 372 / 정은실 / 2015-01-08

 

새해를 시작하면서 네 가지의 핵심과제를 세웠습니다. 두 가지는 일과 관련된 것이고 한 가지는 수련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개인적 즐거움을 위한 것입니다. 그 마지막 하나가 '삽화 그리기와 사진 찍기'입니다. 삽화 그리기는 한 번도 배워본 적이 없는 일입니다. 이유 없이 몇 달 전부터 마음이 끌려서 해보겠다고 덜컥 욕심을 내기는 했지만 시간을 많이 투입하여 전문적으로 배울 상황은 아니고 언제든 올해 안에 해보자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에 카카오톡으로 몇 해 전에 창조 모임을 같이 했던 지인들과 새해 인사를 나누던 중에 삽화를 배우려 한다고 했더니 여러 해 동안 그림을 공부하고 있는 친구가 언제 한 번 시간을 내주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 '언제 한 번 하자‘는 것을 바로 '이틀 후에 하자'고 하여 어제 만났습니다. 해야 할 일이 다소 있는 날이었지만 미루면 계속 미뤄질 것이라는 생각에, 그냥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려고 하는 대상을 정하라. / 충분히 세밀하게 대상의 특징과 각 부분을 관찰하라. / 어느 지점부터 그리기 시작할 지를 선택하라. / 지울 수 없는 펜으로 시작하라(지우지 말고 그대로 그려라). / 설령 잘못 그렸다 싶어도 멈추지 말고 계속 그려라. /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그려라. / 자신의 스타일로 그려라.

어제 나의 첫 그림 선생님 ‘박주용님’으로부터 들은 첫 삽화 그리기의 가이드들입니다. 그 가이드만 듣고 아무 연습도 없이 30분 정도 얼굴이 빨갛게 상기될 정도로 집중하며 볼펜으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시험 보는 것도 아닌데 손끝이 떨리고, 잘못 그은 선을 다시 그리고 싶은 마음이 수시로 올라오고, 심하게 함량 미달인 이 결과물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게 오만가지 마음이 올라왔다가 지나가는 사이에 순간순간 대상에 집중을 하는 시간이 나타나고 그 고요함이 조금씩 잦아졌습니다. 나에게도 그림 그리기가 마음수련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학창시절 이후 내 인생의 첫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방법과 일을 잘 하는 방법이 다르지 않음을 경험했습니다. 모든 것의 보편적이고 중요한 원리들은 서로 통하나 봅니다.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혼자 그림을 그려보려고 합니다. 내가 저지른 일이지만 내가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무척 궁금합니다.

오늘은 1월8일, 벌써 새해의 한 주일이 지났습니다. 강의 일정이 하나 둘 잡히고 있고, 해야 할 일들의 압력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시간입니다. 새해 첫날부터 시작한 일상의 약속들이 일곱 번 이상 반복되며 하루를 움직이는 작은 근육들이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잠시 멈추어 되돌아보니, 어제 그림을 그릴 때의 내 마음이 올해를 살기로 한 그 마음이었음을 봅니다.  

- 의도한 일은 머뭇거리지 말고 애쓰지 말고
그냥 하기
- 크거나 작거나, 능숙하거나 서툴거나, 모든 경험의 과정에
온전히 몰입하기 
- 내 행동과 말로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하며 빛을 충전하고
빛을 확산하기


2015년의 내 의도를 다시 확인하며 오늘 지금의 마음을 추스릅니다. 마음에 밝은 에너지들의 움직임이 보입니다. 그대와 이 작은 빛을 나눕니다.


2015. 1. 8(목)

겨울 햇살을 느끼며, 여주(麗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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