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숲 편지 170호 : 네 삶에서 욕심내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HIT 294 / 정은실 / 2014-10-24
꿈을 꾸었다.
부드럽고 깊은 눈매의 노인이 내게 물었다.
“네 삶에서 욕심내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꿈속에서도 나는 평소 내가 바라는 것을 말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내 소망의 방향은 흔들림 없이 명료하다.
하지만 가슴이 설레지 않았다.
꿈에 받은 질문이 생시처럼 선명하게 불쑥불쑥 떠오르곤 하던 며칠 후,
꽃 한 송이를 만났다.
초록이 옅어가고 있는 시월의 정원 한구석에 홀로 피었다.
평소 좋아하던 빛깔이 아닌데 눈길이 갔다.
눈부신 황금빛 안에 붉은빛을 품었다.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계절을 다 지나 이제야 피었다.
가만히 바라보다가 내가 뜨거워진다.
아, 이 꽃! 오래 기다리며 더 많은 햇살을 머금다가 태양을 안아버렸다.
태양꽃을 만난 날, 명상을 하다가, 꿈속 질문에 대한 답을 만났다.
방향은 알고 있으나 다음 목적지를 정하지 못하던 마음이 중심을 잡았다.
내 삶에서 욕심내어야 할, 욕심내어도 좋을,
내 생명의 빛을 모아 불길을 일으킬 그 주제에 마음을 모은다.
가슴이 다시 설레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