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숲 편지 165호 : 자유인
HIT 414 / 정은실 / 2014-04-14
그대, 그대 계신 곳에서 안녕하신지요?
저희가 있는 이곳 평촌은 지금 라일락 향으로 가득합니다.
이번 주 내로 철쭉들도 함성을 지르듯 모두 터져 나올 것 같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하늘을 덮어가는 신록을 보느라
강의 없는 날은 하루에도 몇 번씩 산책길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봄이 주는 선물들은 아무리 바라보고 음미해도 지루해지지가 않네요.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나 하는 마음에 담백한 詩 한 편 나눕니다.
이 詩도 어제 제 마음에 들어온 선물이었습니다.
자유인
- 정용철
작은 자(者)로 들어가고
낮은 자세로 나오라.
모두를 존중하되
아무도 두려워하지 마라.
여름에는 비를 즐기고
겨울에는 눈을 즐겨라.
배려와 친절이 소중하지만
거절과 단호함도 필요하다.
행복보다는 기쁨을 찾고
성공보다는 만족을 구하라.
젊을 때는 나를 채우고
나이가 들면 남을 채워라.
아름답거나 특별한 표현이 없는 담백한 詩 한 편 곳곳에 마음이 멈추었습니다.
‘작은 자로 들어가고 낮은 자세로 나오라’에서는 진정한 대인의 모습이,
‘모두를 존중하되 아무도 두려워하지 마라’에서는 태산 같은 존재의 기운이,
‘여름에는 비를 즐기고 겨울에는 눈을 즐겨라’에서는 지금 이 순간의 현존이,
‘배려와 친절이 소중하지만 거절과 단호함도 필요하다에’에서는 지혜로운 균형이,
‘행복보다는 기쁨을 찾고 성공보다는 만족을 구하라’에서는 현명한 자의 자각이,
‘젊을 때는 나를 채우고 나이가 들면 남을 채워라’에서는 아름다운 삶이 느껴집니다.
며칠 동안 이 詩를 노트북 바탕화면에 깔아두어야겠습니다.
수시로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나를 세우고 싶어 하는 작은 마음,
존중 대신 판단하는 마음, 멈칫 물러서는 마음,
지금 없는 것을 그리워하며 현재를 놓치는 마음,
나를 채우기에 조급해지는 마음,
이런 마음들이 일어날 때 한 호흡 멈추고 이 詩 한 번 읽고 가려합니다.
님은 이 詩의 어느 구절에 마음이 멈추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