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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숲 편지 162호 : 당신 덕분입니다

HIT 380 / 정은실 / 2013-12-31

 

                행복한 일


                                             - 노원호


누군가를

보듬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나무의 뿌리를 감싸고 있는 흙이 그렇고

작은 풀잎을 위해 바람막이가 되어 준 나무가 그렇고

텃밭의 상추를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가 그렇다.


남을 위해

내 마음을 조금 내어 준 나도

참으로 행복하다.


어머니는 늘

이런 행복이 제일이라고 하셨다.




어제 만난 시입니다.

해야 할 일을 잊고 한참 이 시에 마음이 머물렀습니다.

이 시 덕분에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습니다.


며칠간 한 해를 정리하고 한 해를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해 동안 내 삶에 일어난 의미 있는 사건들, 경험, 배움을 돌이켜보고

새로운 한 해 동안 마음을 모아 이루고 싶은 일들에 주의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감사와 설렘이 컸지만 살짝 마음이 분주해지기도 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마음이 이 시를 읽다가 따뜻하게 풀어졌습니다. 

‘내’가 이룬 것, ‘내’가 이루어야 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보듬음 덕분에 내가 이룰 수 있었던 것들,

내가 누군가를 보듬어 그가 이룰 수 있도록 도왔던 것들,

누군가의 보듬음 덕분에 나를 통해 이 세상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들,

내가 누군가를 보듬어 그를 통해 이 세상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들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 어떤 하루를 보낸 후에도,

아침이면 어김없이 새로운 하루의 에너지를 회복하고 눈을 뜬 것은,

나를 보듬어준 사람과 세상, 내가 보듬어야 할 사람과 세상이 있었기 때문임을 생각합니다.

365일의 흐름이 한 해의 경험을 만들어내었듯이,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움직여가고 있는 이 세상을 가슴으로 생각합니다.


한 해와 한 해가 교차하는 2013년의 마지막 하루의 아침에 감히 소망합니다.


2014년 새로운 365일을 살아가는 동안,

내 모든 하루가 수많은 사람들의 하루와 엮어져 창조됨을 잊지 않게 하소서.

내 하루의 흙이 되고 바람막이가 되고 울타리가 되어준 모든 것을 알아차리게 하소서.

내 하루가 삶에 지친 누군가의 하루를 보듬을 수 있게 하소서.

그리하여 1년 후 이맘 때

내가 기억할 수 있는 큰 사건, 큰 경험, 큰 배움만이 아니라,

내가 기억하지 못하나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365일 하루하루에 깃든 사랑을

깊이 음미할 수 있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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