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숲 편지 160호 : 이름 짓기
HIT 366 / 정은실 / 2013-09-09
9월인가 했는데 어느새 꽉 찬 첫 주가 지나가고,
두 번째 주의 첫 월요일도 밤으로 깊어가고 있습니다.
살짝 마음이 바빠지려고 하는 시간, 시 한 편이 마음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름 짓기
- 서정홍
“순동 어르신,
이른 아침부터 어디 가세요?”
”산밭에 이름 지어 주러 간다네.”
“산밭에 이름을 짓다니요?”
“이 사람아,
빈 땅에 배추 심으면 배추밭이고
무 심으면 무밭이지.
이름이 따로 있나.”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는 시입니다.
두어 번 더 읽어보니 꾸밈없는 대화 속에 깊은 의미가 읽혀집니다.
빈 땅에 배추를 심으면 배추밭이 되듯이,
오늘 하루 내가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서 오늘의 이름이 달라지네요.
늦잠 자는 막내 이마에 입맞춤해서 깨워준 날,
어머니에게 아침 안부 전화 드린 날,
태어나서 가장 짧은 커트를 한 날,
할 일을 다 못했는데도 마음이 여유로운 날......
무 심으면 무밭이 되듯이,
내 마음속 상대방의 자리에 새 이름을 지어주었더니 내 맘에 다른 것이 자라네요.
마음 깊은 사람이라고 이름 지어주니, 느린 행동이 신중해보이고,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이름 지어주니, 성급해보이던 모습에서 활력이 느껴지고,
알아갈 것이 많은 사람이라고 이름 지어주니, 답답하던 사람에게 호기심이 생기네요.
오늘 그대의 하루에 이름 짓기를 해보실래요?
어떤 이름이 떠오르시나요?
오늘 누구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주셨나요?
그렇게 이름을 붙여주고 나니 어떤 일이 일어나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