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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숲 편지 158호 : 머리, 가슴, 장의 균형 이루기

HIT 412 / 최학수 / 2013-07-15


10여년 전의 일입니다. 내가 과장이던 시절, 나와 비슷한 나이의 고참 대리였던 K씨가 있었습니다. 고졸로 나보다 여러 해를 앞서 입사했던 그녀는 급여와 복리후생 등 인사팀의 운영업무를 나무랄 데 없이 꼼꼼하게 처리했고 후배들을 다독이며 성실하게 근무했습니다.

어느 날 나는 K씨와 면담을 했습니다. “이제 나이와 경력을 생각하면 관리자 승진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회사에 고졸 출신 여직원이 관리자가 된 전례가 없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 회사 승진에 학력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어때요, 한번 해볼래요? 승진에 뜻이 있다면 내가 돕겠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본인 생각입니다.  잘 생각해보고 알려주세요.” K씨는 끝내 승진에 대한 욕심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몇 년이 지난 후, K씨는 직장을 떠났습니다. 대리로서 말입니다.


가끔 성실했던 K씨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참 미안합니다. 그 때 나는 관리자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K씨에게 상황을 인식시켰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게다가 돕겠다는 약속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후 에니어그램을 통해 저 자신을 깊게 돌아보다가, 내가 그때 진심으로 최선을 다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의 나는 K씨의 마음까지 헤아리지는 못했습니다. 전례가 없는 일에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 두렵고 불안했을 K씨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지 못했고,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의 애정을 담은 격려도 하지 못했습니다. 좋은 관리자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것은 이성적인 머리의 작용이었지 따뜻한 심장의 에너지가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에니어그램을 배우고 나 자신을 깊게 알아차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나 자신이 그동안 머리로만 세상을 살아왔다는 것을 아프게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수시로 습관적 행동과 생각을 의도적으로 멈추고 나를 바라봅니다. ‘지금 나는 머리, 가슴, 장 가운데 어느 에너지를 쓰고 있는가? ‘지금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주변에 당신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나요? 그 사람의 모습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당신의 반응을 떠올려 보세요. 지금 당신이 그 사람에게 하고 있는 반응은 당신의 머리, 가슴, 장 에너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요? 실행하겠다고 여러 번 다짐했지만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거나 지속하지 못한 약속이 있다면 그것을 떠올려보세요. 당신이 당신의 머리, 가슴, 장 에너지 가운데 아직 사용하지 않았거나 균형을 이루지 못한 다른 두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지금 어떻게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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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 머리, 가슴, 장의 에너지는 에니어그램에서 말하는 세 가지 에너지입니다. 생각하는 에너지, 느끼는 에너지, 실행하는 에너지로, 에니어그램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세 가지 가운데 어느 한 에너지가 두드러지게 강하다고 말하며, 세 가지 에너지의 균형을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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