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숲 편지 157호 : 184일에 주문 걸기 - '과거에도 미래에도 갇히지 말 것'
HIT 448 / 정은실 / 2013-07-01
나는 매월 한 달이 시작될 때, 그 달의 달력 여백에 다짐이나 질문 하나를 적는 습관이 있습니다. 여러 해 동안 계속 해온 오래된 습관입니다. 6월 마지막 날인 오늘도, 7월 달력을 앞에 놓고 펜을 잡았습니다.
시간은 그저 흘러가고 있을 뿐이니, 사람이 만들어놓은 시간의 경계에서 한 달이 가고 또 한 달이 오는 것이 뭐 그리 별난 일인가 싶지만, 그래도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것 같은 올해의 절반을 보내는 오늘은 감회가 좀 다릅니다. 해야 할 일들을 잠시 밀어놓고, 달력 위에 놓여 있는 지난 6개월, 181일을 되돌아봅니다.
일정표에 적힌 수많은 단어들, 여러 교육 프로그램, 많은 만남, 선명하게 떠오르는 날들, 흐릿한 날들. 어느 이름 앞에서는 아직도 울컥 눈물이 나려하고, 어느 이름 앞에서는 그때의 감동이 다시 일어나고, 어느 이름 앞에서는 감사가 가득해지고, 어느 이름 앞에서는 미소가 번지고, 어느 이름 앞에서는 미안함에 가슴 한 쪽이 아프고, 어느 이름 앞에서는 부끄러워집니다.
지난 181일, ‘오늘’을 살기보다, ‘어제’를 살고, ‘내일’을 산 날이 많았음을 알아차립니다. 힘들었던 어제 일정을 핑계 삼아, 바쁜 내일 일정을 핑계 삼아,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 지금 하고 있는 일, 지금 내가 쉬고 있는 한 호흡 한 호흡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어제의 후회에 머물고, 내일을 위한 걱정에 잃어버린 날들이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그 181개의 하루들 위로 7월 달력 여백에 적어두고 싶은 질문 하나가 떠오릅니다. ‘나는 오늘, 내 생애 최고의 날을 살았는가?‘ 그 질문을 달력에 적으며, 남은 2013년의 6개월, 184일에 주문을 겁니다.
과거에도 미래에도 갇히지 말 것.
현재 내 삶의 자리를 최선의 자리로 만들 것.
그래서 ‘오늘 나는 내 생애 최고의 날을 살았는가?’라는 질문에 한 점 걸림 없이 ‘예’라고 답할 것.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의 181일은 어떠하였는지요?
그대는 남아 있는 그대의 올해, 184일에 어떤 주문을 걸고 싶으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