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숲 편지 155호 : 환경이 나를 도와주지 않을 때 극복하는 방법 - J님에게
HIT 488 / 정은실 / 2012-11-05
J님. '환경이 나를 도와주지 않을 때 극복하는 방법'을 질문하셨지요? J님이 처해있는 정확한 상황은 제가 잘 모르지만, 아마도 지금 J님은 무엇을 시도하고 있는데 주변 상황이 여의치 않은가 봐요. 필요한 도움이 없거나, 도움은커녕 방해요소들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사람과,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서 멈춰 있는 사람의 마음은 많이 다르지요. 후자의 경우는 정말 힘이 들지요. 같은 일을 하고도 쉽게 지치고, 이러다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뭐가 최선인가 싶어 불안해지기도 하고, 주변과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날 수 있어요.
제가 볼 때, 그 힘듦, 불안, 화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어요. 1) 지금의 환경에 나를 맡기는 것, 2) 지금의 환경을 벗어나서 새로운 환경을 찾는 것, 3) 지금의 환경을 내가 바꾸는 것. 오늘 이 세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지금의 환경에 나를 맡기는 것'은 현재의 환경에 어떤 변화행동도 없이 그냥 머무는 것입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자주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환경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거나 제약이 되고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지만, 뭐 별 수 있겠나 싶어서, 다른 시도를 했다가 더 나빠지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 혹은 좀 지나면 좋아질 수도 있겠지 싶어서, 별다른 시도 없이 현재의 환경에 머무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이 방법을 택하는 사람들은 점점 무력해집니다. 나는 다 내려놨어, 괜찮아, 편안해, 하고 자위해보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자기도 모르는 화가 쌓입니다. 그 화가 가끔 외부를 공격하고, 자주 자기 자신을 공격합니다. 자기마저 속이는 지혜롭지 않은 방법입니다.
'지금의 환경을 벗어나서 새로운 환경을 찾는 것'은 나를 불편하게 하는 환경을 버리고 새 환경을 찾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일을 바꾸거나, 팀을 바꾸거나, 회사를 바꾸거나, 분가를 하거나, 이사를 하거나, 이혼을 하거나, 이민을 가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지혜롭지 않은 사람들과 지혜로운 사람들 모두가 살아가면서 가끔 선택하는 방법입니다. 겉으로는 같은 행동이지만, 그들의 행동은 그 의도와 결과가 다릅니다. 지혜롭지 않은 사람들은 '그래도 지금보다는 낫겠지'하는 마음으로 새 환경을 찾습니다. 그들에게 그때 중요한 것은 새로운 환경 자체가 아니라 지금의 환경을 벗어나는 것입니다. 그런 의도 때문에 경솔한 선택을 하기 쉽습니다. 현재로부터 벗어나려는 생각이 너무 강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충분히 고민하지 못합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경우 그들은 새로운 환경에서도 기존의 문제를 다시 만나곤 합니다. 예를 들면, 상사 때문에 조직을 옮긴 사람은 그 못지않은 문제를 가진 상사를 또 만나고, 가정폭력 때문에 이혼을 한 사람은 재혼에서도 또 그러한 배우자를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환경을 찾아 떠나는 행동은 같지만, 지혜로운 사람들은 '지금 환경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환경을 찾기 위한‘ 의도를 갖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선택을 하기 전에 신중하고 깊게 자기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분명히 한 후에, 그러한 것이 구비된 다른 환경을 신중하게 탐색하고 움직입니다.
지혜로움 없이 두 번째 방법을 계속 선택하는 사람들은 점점 불안해집니다. 삶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삶의 어려움과 대면하는 힘이 지속적으로 약해집니다. 이곳은 또 내가 얼마나 머무르게 될 곳인가 하는 마음 때문에,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현재의 환경에 대해서도 애정과 신뢰를 갖기 힘듭니다. 임시 정거장에 머무는 여행객처럼, 겉으로는 자유로운 것 같지만, 불안에 묶여 있는 그들은 결코 자유롭지 않습니다.
세 번째 방법인 '지금의 환경을 내가 바꾸는 것'은 가장 어려운 듯이 보이지만 가장 쉽고 가장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의 한 가지인 '지혜롭게' 새로운 환경을 찾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환경을 내가 바꾸는 구체적인 방법은,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은 무엇인지 질문하고 선택'하는 것입니다. 친구들의 대화가 의미 없이 흐를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은? 짜증내며 앉아 있거나 그 자리를 떠나는 것보다, 다수가 관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를 꺼내거나 다른 놀이를 제안하는 것이겠지요. 아무도 의견을 말하지 않아서 회의 진행자가 힘들어하고 회의시간이 낭비될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은? 내 의견을 말하거나, 누가 작은 의견이라도 내면 그 의견에 반응을 해서 회의 진행자를 도와 회의가 잘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겠지요. 무뚝뚝한 표정의 주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은? 나도 그 사람을 사물처럼 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감 있는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이겠지요. 집안이 어질러져 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은? 어지른 사람에게 불평을 하기보다는 내가 바로 정리를 해버리거나, 혹은 같이 정리하자고 제안을 하는 것이겠지요. 매 상황마다 우리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이 무엇인가'를 직관적으로 압니다. 다만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용기,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사랑이 부족할 뿐입니다.
'환경'의 의미를 엄밀하게 들여다보면, 사실 환경은 우리가 처해있는 외적 요인들이 아니라, 그 외적 요인들에 대한 우리의 반응(생각, 정서, 행동)입니다. 우리가 외적 요인들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살아가는 것은 분명하지만, 외적 요인들로부터 오는 자극에 그대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로부터 배우고 그것들을 넘어서서 힘든 환경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고귀한 자질들을 지키는 것을 배워가는 것이 성숙의 과정이고 인간으로서 가진 위대함입니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이 무엇인가 질문하고 실행하려 하는 사람'은, 그 질문과 실행의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처한 심리적 환경과 외적 환경을 바꾸어갑니다. 내가 참석하는 친구 모임이 나로 인하여 즐겁고 의미 있어지고, 내가 참석하는 회의가 나로 인하여 더 생산적으로 진행되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나로 인하여 더 좋은 기분을 갖게 됩니다. 내가 살아가는 공간은 나로 인하여 쾌적해집니다.
세 번째 방법을 선택할 때의 유의점이 있다면, '최고의 행동을 질문하고 선택'하는 이 방법을 '자기희생'의 마음과 혼동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좀 참으면 될 것인데, 내가 그냥 넘어가주는 것이 서로 편하겠지, 라는 자기희생의 마음은 표면적인 갈등을 피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일견 환경을 개선시킨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이 '환경'이란 나의 외부에 있는 요인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요인들에 대한 나의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자기희생의 마음에 기인한 행동은, 밖으로 보이는 행동은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나의 행복감을 증진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에, 나의 환경을 개선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킵니다.
세 번째 방법을 택하는 사람은, 자신의 심리적 환경을 바꾸고, 나아가서 외부환경까지 바꿉니다. 만약 최선을 다했음에도 외부환경을 바꾸는 데까지는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두 번째 방법을 '지혜롭게' 선택할 때입니다. 비록 자신이 처해 있는 현재의 외적 환경을 완전히 바꾸는 데에는 실패한다 할지라도, 최선을 다해 이 세 번째 방법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것을 배우고 성장한 모습으로 떠납니다. 자기가 진정 원하는 것을 알고,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얻기' 위해서 혹은 '경험하기' 위해서 떠납니다. 새로운 선택에서 실패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지나친 후회나 자책이 없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이 더 커집니다. 자신과 타인과 삶에 대한 영향력이 점점 증진됩니다.
J님. '환경이 나를 도와주지 않을 때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그대의 질문에 지금까지 나눠드린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는지요? J님은 지금 어떤 방법을 적용하고 있는지요? 끝으로, J님의 질문 속에서 제가 발견한 J님의 귀한 자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자기성장에 대한 열망'과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싶은지에 대한 명료함'이에요. 환경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J님의 답답함을 잘 들여다보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 안다는 인식과 그 방향에 대한 간절함이 있는 것이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서, 알더라도 간절함이 없어서, 그저 현재의 환경이 자신에게 허락하는 삶을 살아갈 뿐인데, J님은 그렇지가 않네요. 참 소중한 자원입니다. 그 자원이 그대의 참 큰 에너지입니다. 그 에너지로 불꽃을 피워서, 수시로 슬그머니 자신을 에워싸 버리곤 하는 어둠을 쫓아내세요. 그리고 서두르지 말고 아주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환경을 창조해나가세요.
아,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 ‘지금 이곳을 소중히 여기시라’ 말씀드립니다. 지금 이곳 J님이 머물고 있는 환경은 J님의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아주 소중한 연결고리랍니다. 이 연결고리에서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것을 배울 때, 머지않아 J님이 찾는 길로 연결되는 통로를 만나게 될 거랍니다.
눈부신 가을에, 삶을 고민하는 아름다운 그대를 응원하며,
2012. 11. 3
麗珠 정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