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숲 편지 153호 : 이견(異見) 다루기
HIT 1420 / 정은실 / 2012-07-20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것은 사람들의 생각이 서로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로 생각하는 바가 같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기법 대부분은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이견 (異見) 없이 이심전심으로 통할 수 있으니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 많아서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조용하고 편안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조용하고 편안한 세상을 떠올려보니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빚어내는 비슷한 일상, 비슷한 과정, 비슷한 결과물을 상상해보니 무료하고 답답해집니다.
사실 이견은 제대로 다루기만 한다면, 특정 현상이나 사물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견을 다루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면서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설령 합의에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해도, 최소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이견 다루기는 내면의 힘을 키워줍니다. 내 의견이 공격당할 수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나아간다는 것은, 더 큰 경험을 신뢰하며 나를 노출하는 용기입니다. 또한 이견 다루기는 성과를 높이는 토대입니다. 조직이 시너지를 내는 것은 단지 사람 수가 많기 때문이 아니라 그 구성원들의 관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견 다루기가 가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우리는 대부분 이견을 만나면, 상대 의견을 공격하거나 뒤로 물러나버리는 방식을 택합니다. 당장의 불편함 때문에 선물과도 같은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늘은 삶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이견을 슬기롭게 다루는 법’을 같이 나눠보고 싶습니다.
① 내 마음을 알아차립니다. - 이견을 느낀 그 순간의 내 상태를 정직하게 알아차립니다. ‘이 친구는 왜 또 이러지?’ ‘짜증나네,’ ‘참 이해가 안 되는구나,’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나?’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어떤 일에 반응하여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마음에는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그 이후의 반응행동이 중요합니다. 자동적 반응을 정확히 알아차릴 때 현명한 반응행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잠시 멈추어 마음의 고요한 자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때로는 여러 날 이상을 필요로 하지만 훈련을 하다보면 대개는 1~3초 동안에 가능합니다.
② 상대의 의견이 무엇인지 충분히 들어봅니다. - 내 이야기를 반복해서 말하는 대신, 상대의 의견을 다시 말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판단을 보류한 상태’에서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100% 경청하는 것입니다. 이 단계를 통해 소통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상대를 이해하고 말할수록 내 말이 더 잘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통하지 않는 이야기를 반복하면 서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불통의 벽만 두꺼워집니다.
③ 내가 이해한 것을 상대에게 말합니다. - “김 과장님 말씀은 ~도 중요하지만 현재 재무 상태 분석결과를 볼 때 ~이 우선적이라는 것이군요. 제가 잘 이해했나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그렇다’고 할 때까지 의견을 묻고 확인하는 작업을 계속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서, 내가 상대의 생각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내가 상대의 의견을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상대가 느낄 수 있게 합니다.
④ 상대의 의견과 나의 의견에서 공통점을 찾아내십시오. - 작은 부분이라도 서로 의견이 같은 부분을 찾아내십시오. 그 부분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갖고 소통을 시작할 수 있는 소중한 지점입니다.
⑤ 그 공통점으로부터 시작해서 나의 의견을 말하십시오. - “~가 중요하다는 김 과장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 방식에 있어서 저는 A보다 B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내 의견을 분명히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소통을 통해 두 사람 모두에게 더 큰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서입니다. 한 사람이 자기표현을 하지 않으면, 그 집단은 그 부분만큼 성과를 이룰 가능성을 놓칩니다. 표현하지 않는 것은 미덕이 아닙니다.
⑥ 상대가 내 의견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말해달라고 요청하십시오. - 이것은 정확하게 소통하기 위해서 합니다. 사실 언어는 내면의 생각과 정보를 표현하는 상징에 불과합니다. 단번에 자기 생각을 100%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표현할 수 있더라도 상대가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 어떤 소통에도 처음에는 이해의 간극이 있습니다. 이견이 있는 경우에는 그 이해의 간극이 더 큽니다. 그래서 확인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의할 것은, 예의 바르게 부탁해서 상대가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직책, 연령 등의 이유로 쉽게 요청할 수 없는 경우라면, 나의 의견을 말한 후에, 핵심을 한 번 더 요약하여 전달하는 방식으로 내 말의 전달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상 말씀드린 6단계를 통해 이견을 다룬다면, 기대 이상의 멋진 제3의 창조에 도달하거나, 이견을 좁히거나, 한 쪽이 생각을 바꾸거나, 적어도 서로를 존중하는 상태에서 대화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6단계로 대화를 해도 너무 오래 계속 같은 곳을 진전 없이 맴돈다면, 다음 질문을 던져보십시오. ‘지금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더 높은 목적은 무엇일까?’ 예를 들면,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하다가, 교육시간을 8시간으로 할 것인가, 16시간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 이견이 생겼다면, 두 방법의 장단점을 논박하는 것에서 빠져나와 이렇게 질문해보십시오. ‘이 교육을 마치고 참가자들이 어떤 상태로 강의실을 떠나야 이 교육이 성공한 것일까요?’ 지금의 생각 수준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더 높은 수준으로 옮겨가야 답이 보입니다. 더 높은 수준으로 의도적으로 생각을 전환시키면,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 어서 벗어나고 싶다는 부담감, 내 생각을 관철시키고 싶은 협소한 자존감 때문에 좁혀져 있던 시야를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6단계와 마지막 질문이, 복잡한 일상 속에서 이견 다루기를 포기하지 않고 나와 상대와 세상을 도우려는 당신에게 마음 깊은 곳의 고요함과 용기를 선물하기를 기도합니다. 그 마음 깊은 곳의 고요함과 용기를 경험해보시도록 당신이 ‘이견 다루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을 얼른 만났으면 좋겠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