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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숲 편지 148호 : 세 번째 가족 워크숍, 내게 사랑을 배우게 하다.

HIT 1267 / 정은실 / 2011-12-31


2011년을 하루 남긴 어제 금요일 늦은 밤, 네 식구가 이불 속에 발을 묻고 둘러 앉아 가족 워크숍을 했습니다. 우리 집의 연말 가족 워크숍은 한 해 동안의 자신의 10대 뉴스를 발표하고, 자신이 지켜본 가족 개개인의 변화와 성장에 대하여 피드백하고, 새해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축복해주는 시간입니다. 연말마다 10대 뉴스를 뽑으며 한 해를 정리하는 것은 나의 오래된 습관이었습니다. 결혼 후부터 남편과 함께 하다가,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재작년부터 두 아이들이 참여하면서 가족행사가 되었습니다. 어린 두 아이들이 혹 지루해하거나 어려워하지 않을까 했던 우리의 걱정은 괜한 노파심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가족 워크숍의 특별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좋아했고 아빠 엄마가 하는 어려운 이야기도 열심히 들었습니다. 첫 워크숍을 마치며 우리는 해마다 가족 워크숍을 계속 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다른 해보다 바빴던 12월 일정 때문에 10대 뉴스 뽑기를 미루고 있던 남편과 나는 가족 워크숍 덕분에 올해를 넘기지 않고 10대 뉴스 작성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던 큰 아이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1년의 중요한 일들을 찾아냈습니다. 첫해에는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10대 뉴스가 10대들에게 일어난 일을 뽑는 거예요?’ 질문하여 우리를 미소 짓게 했던 둘째 아이는 올해에는 어렵지 않게 10가지 뉴스를 금방 뽑아왔습니다.


올해 워크숍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아이들의 성장이었습니다. 일어났던 사건들만 적어오던 10대 뉴스 리스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변화들( 예- 정치, 사회 현상에 관심이 생겼다, 6학년 4반을 만나서 즐거웠다, 축구부를 그만 둬서 토요일마다 마음이 허전했다)이 여러 가지 적혀 있었습니다. ‘왜 그것을 너의 올해 10대 뉴스에 넣었니? 어떤 점에서 소중하니?’라는 질문에 ‘몰라요,’ ‘글쎄요,’ ‘그냥요,’ 하던 아이들이 섬세하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기 마음을 읽는 힘, 자기 자신을 보는 힘이 커진 것이지요.


올해 워크숍에서 가장 감사했던 것은 우리 가족 안에 더 커진 사랑의 기운이었습니다. 10대 뉴스 발표를 마치고 서로에 대한 피드백을 하고 새해 소망 이루기를 축복하는 시간이 참 따뜻했습니다. 책을 쓰겠다는 아빠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겠다는 엄마에게, 성적을 올리겠다는 형에게, 10센티미터 더 자라겠다는 막내에게 축복의 샤워를 하면서 축복을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올해 워크숍에서 가장 마음 깊이 와 닿았던 것은, 가족이란 얼마나 큰 영향을 주고받으며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 함께 있으면서 함께 성장하는 사람들인가를 느낀 것입니다. 아이들의 성장에는 우리의 모습이 있었고, 우리의 성장에는 아이들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학업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더 유쾌해지고 사고의 깊이와 넓이가 확장된 큰 아이의 모습, 예민한 성격이 원만해지면서 더 많은 친구가 생기고 타인들의 시선으로부터 훨씬 더 자유로워진 작은 아이의 모습, 더 고요해지고 강해지고 마음이 넓어진 아빠의 모습...... 그 모습 속에 서로가 주고받은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나를 보고 유쾌해졌다고 말하는 큰 아이, 순해졌다고 말하는 작은 아이, 고요해졌다고 말하는 남편은, 나의 모습 속에 담겨 있는 자신의 모습을 읽어주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정말 어떤 귀한 인연이 있었기에 이렇게 가족이란 이름으로 수십 년을 함께 살아가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닮아가는 것일까!’ 가족들을 바라보다가 그런 알아차림이 깊은 사랑의 느낌으로 내 가슴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서, 소중한 벗들, 스승님들, 귀한 시간과 공간을 나눈 많은 사람들에게까지 그 느낌이 연결되었습니다. 깊은 연결감이 느껴졌습니다.


아! 가족이 사랑을 배우게 합니다. 사랑은 나의 확장입니다. 내 사랑이 커질수록 나를 넘어 내 가족을 넘어 더 많은 사람과 아름다운 소통을 함께 나눌 수 있음을 알겠습니다. 하얀 빛살 같은 느낌이 주변으로 퍼져나갑니다. 한 해에서 한 해로 넘어가는 이 한 밤에 따뜻한 온기가 온 몸을 감싸고 있습니다. 나의 사랑입니다. 그대가 전하는 사랑입니다. 문득 올해 한 스승이 내게 주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세상은 사랑입니다. 그대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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