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개발연구소 로고

생각 숲 편지 140호 : 삶의 전환기

HIT 1190 / 정은실 / 2011-03-06


며칠 전에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중역으로 일하는 지인 J가 찾아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그의 모습이 많이 힘들어 보였습니다. 컨설팅 업무의 속성 상 야근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늘 밝고 생기가 넘치던 사람이었는데 온몸에 물기가 다 빠져나간 것 같았습니다. 몸이 좋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잠도 잘 못자지만 그것보다도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했습니다. 10년 넘게 그 일을 하면서도, 자기는 컨설팅 체질인 것 같다며 일이 재미있다고 말하던 사람이 여러 가지 문제에 이리저리 부대끼며 마음이 무너져있었습니다.

나는 40대 중반의 그가 일시적인 문제해결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큰 전환기에 들어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가 지금 겪고 있는 상사와의 민감한 갈등, 업무수행 방식과 업무 과부하로 인한 어려움, 경력관리로 인한 고민 하나하나가 모두 큰 문제임은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성정으로 볼 때 예전의 그였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여러 달 동안 힘들어하지는 않았을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에게서 삶의 '큰 전환기'의 징후들을 읽었습니다.

자연에 봄여름가을겨울의 사이클이 있고, 각 계절의 목적과 계절이 펼쳐지는 모습이 다르듯이, 우리 삶에도 삶의 핵심주제와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지는 시기가 있습니다. 날마다 날씨가 달라지듯 작은 변화들은 일상에서 수시로 일어나지만, 삶의 핵심주제와 방식이 달라지는 변화(change) 이상의 변성(transformation)은 삶에서 몇 차례 이상 경험하지 못하는 큰 사건입니다. 계절처럼 일정한 시기에 찾아오지도 않고 사람마다 겪는 시기와 방식도 다르지만 분명 변성의 시기는 있고, 그 시기를 어떻게 맞이하여 얼마나 깊게 경험하는가가 개인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다행하게도 삶은, 자연이 '환절기'를 두어 다음 계절을 준비하게 하듯, '전환기'를 두어 다음 삶의 장을 준비하게 합니다. 그런데 이때 발생하는 가장 크고 중요하며 일반적인 문제는, 지금의 이 혼란기가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가 나비가 되는' 것과 같은 탈바꿈을 하는 변성을 이루어내야 하는 시점인지, 더 열심히 문제를 해결하여 현재 삶의 주제와 방식에 적응해야 하는 변화의 시점인지를 구분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글로리아 카핀스키는 지금이 전환기인지 아닌지를 알려주는 다양한 형태의 간접적인 징후들이 있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느낌을 예로 듭니다. '심각한 과민함,' '이름 모를 그리움,' '알 수 없는 권태,' '관통당하는 느낌,' 등등. 나는 카핀스키가 섬세하게 언급한 간접적인 징후들에 공감합니다. 나도 내 삶에서 이제까지 겪은 두 번의 큰 전환기에 그것들과 유사한 다음과 같은 징후들을 경험했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는 것처럼 온갖 문제들이 이곳저곳에서 끝도 없이 터져 나옵니다. 힘껏 노를 저어도 그 자리에서만 맴도는 나룻배처럼 열심히 노력해도 달라지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예전에는 기쁨이나 보람을 느꼈던 일들에 더 이상 그런 마음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더 이상 현재의 일이나 상황에서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혹은 특별히 아픈데도 없는데 몸에 활력이 없어집니다. ‘어, 이게 뭐지? 내가 왜 이렇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하는 생각이 명료한 답을 찾지 못하고 불안이 일어납니다. 불안한 마음은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나?’하는 자책감을 일으키고, 주변 환경이나 타인을 탓하게 합니다. 그럴수록 시야가 좁아지고 해결책이 곤궁해집니다. 며칠 전에 내가 만난 J도 바로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나는 봇물 터지듯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J에게 '조용히 쉬면서 자기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프로젝트를 마치면 템플 스테이 같은 것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J가 다행스러웠습니다. J는 자신이 삶의 중요한 전환기에 들어섰음을 마음으로 알아차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J가 찢어진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를 붙인 채 넘어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왜 그렇게 이곳저곳에 상처가 나는가를 알아차리고 자신에게 지금 필요한 소중한 삶의 주제와 방식을 찾기를 바랍니다. J가 다시 찾아온다면 나는 그와 전환기를 잘 경험하기 위한 다음 세 가지 지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J와 나누고 싶은 그 세 가지 이야기들을, 생각 숲 편지 141호, 142호, 143호에 나누어 실어보려 합니다.

하나. "이제 삶의 주제와 방식을 바꾸어야 하는 시기다."라는 전환기의 목소리를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둘. 새롭게 배우고 경험해야 할 삶의 주제와 방식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셋. 어떻게 새로운 삶의 장 속으로 용기 있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지금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고 있는 3월 초순입니다. 남녘에는 이미 꽃망울이 터졌다지요. 이곳 안양 평촌에도 겨울 옷 속으로 촉촉한 봄의 속살이 보입니다. '전환기의 지혜'를 함께 나누는 것이 그대 안에도 있고 내 안에도 있는 그 무엇을 톡톡 틔워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름 비번
스팸방지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