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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숲 편지 139호 : 그대로 인하여 빛나게 되기를

HIT 964 / 정은실 / 2011-01-24


축구라면 급한 일도 밀어놓고 TV 앞에 앉는 남편이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에서 인터넷 검색을 시작하더니 무척 아쉬워합니다. 오전 10시에 하는 줄 알고 기다리고 있던 한국 대 이란 경기가 이미 새벽에 끝났답니다. 아쉬운 김에 경기 하이라이트 동영상이라도 보겠다며 클릭을 하자, 연장전에 들어간 윤 빛가람 선수의 골인 상황을 중계하는 캐스터의 흥분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10초나 지났을까요? “아빠, 나도 같이 봐요.”하며, 작은 아이가 바람처럼 방에서 뛰어나오더니 아빠 옆에 앉습니다. 방학인데다가 일요일이고, 어제는 영화를 보느라 자정이 넘어서 잠이 들었는지라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아닌데 축구 중계 소리를 듣고 달려 나온 것입니다. 컴퓨터 게임보다 축구를 더 좋아하는 작은 아이답습니다. 햇빛으로 세수를 하고 난 것 같은 얼굴로 동영상을 보고 있는 아이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사람을 깨어나게 하는구나.’ 그 모습을 보다가 몇 가지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형님 한 분이 요즘 고민을 하고 계십니다. 형님은 그간 힘들게 해오던 일을 잠시 쉬고 짧지 않은 휴가를 갖고 있는 중입니다.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어서 운동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그렇게 지내시나봅니다. 그런데 그런 활동들이 싫지는 않지만 ‘정말 자기를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자기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몰라’ 고민스럽다고 하십니다.

재작년 가을에 학생들에게 상담강의를 하며 거의 한 학기 내내 ‘오늘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뭘 했나요?’라는 질문을 수업시작 때마다 한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처음에는 참 난처해했습니다. 뜬금없는 질문이라 여기며 대충 대답하기도 하고, 모든 활동이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겠냐며 ‘밥 먹었어요.’라고 아무 느낌 없이 대답하는 학생도 있었고, 아무 것도 자기를 위해 한 일이 없다며 심각하게 대답하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다행스러웠던 것은, 자기를 위한 일들을 찾아내고 실행하는 학생들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그 학기 강의 때에 ‘자기를 위한다는 것이 뭔가?’에 대해 아마도 나는 이렇게 답변을 했던 것 같습니다. “자기를 빛나게 하는 거예요. 해보면 알 수 있어요. 그 일이 자기를 위하는 것인지 아닌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은 나를 위해 무엇을 할까, 스스로 의도를 가지고 선택하는 일입니다.”

만약 그 질문에 다시 답을 할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자기를 위한다는 것은, 자기 안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자기 자신을 깨워서 드러나게 할 수 있는 일을 의도적으로 찾아서 행하는 거예요.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시계추처럼 일상의 틀을 맴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하루를 자신이 창조하며 움직이는 거예요. 당신의 몸에 생기가 돌게 하고 당신의 얼굴에 빛이 나게 하는 일이에요. 그것은 잠깐의 즐거움이 일으키는 흥분과 달라요. 그런 당신으로 인해서 당신 주변이 더 밝아지게 하는 일이예요.”

그리고 덧붙일 것입니다. 정말 자기를 위하게 되면,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시간의 흐름이 달라지고 늘 보던 공간들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만나는 사람들이 달라지거나, 만나는 사람들의 기운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주변의 사물들이 실제로 더 밝고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을. 그래서 매일 매일이 새로운 창조가 된다는 것을.

글을 쓰는 사이 자정이 지났습니다.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됩니다. 이번 한 주는 나를 위해서 무엇을 창조할까, 설렘이 일어나는 월요일 새벽입니다. 그대와, 그대의 새로운 일주일과, 그 시간이 흐르는 모든 공간 속의 사람과 사물들이, 그대로 인하여 빛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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