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숲 편지 136호 : 보름 간의 시간이 말을 걸어오다
HIT 823 / 정은실 / 2010-10-19
지난 보름 동안 ‘비즈니스 보고’에 대한 강의를 여러 대상에게 여러 방식으로 실시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한 대학의 학생들에게 매일 밤 4시간씩 5일간의 강의를 했습니다. 1년째 학습코칭을 하고 있는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파트너 교산이 강의를 하는 것을 옆에서 지원하며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한 회사에서 3일 내내 각각 다른 대상자들에게 보고 커뮤니케이션 8시간 과정을 세 번에 걸쳐서 강의하기도 했습니다. 깊이와 방식은 달랐지만 같은 주제의 강의를 불과 보름 동안 이렇게 자주 반복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대학생들은 하얀 도화지 같았습니다. 비즈니스 보고에 대한 밑그림이 없는 그들은 강의내용 하나하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더니 5일째 마지막 실습에서 훌륭한 성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비즈니스 보고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장시간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어떻게 학습내용을 디자인하고 실습을 해야 하는가를 명확히 파악하는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내가 늘 강의하던 내용을 파트너가 강의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같은 내용을 나와 다른 언어, 다른 예시로 설명하는 것을 보며 새롭고 흥미로웠습니다. 수십 차례 이상 강의를 하다 보니 너무 익숙해져버린 내용을 떨어져서 바라보니 평소 느끼지 못했던 문제점들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회사에서 3일간 같은 주제를 다른 사람들에게 반복 강의를 하면서는, 재미있게도 매일 전혀 다른 클래스를 경험했습니다. 그들이 피드백을 요청한 보고서가 달랐고, 던진 질문도 달랐으며 실습의 결과물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 조직과 업무 상황에 대한 나의 이해도 날마다 깊어져서 참가자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보고서 작성 스킬의 문제만이 아니라, 일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와, 상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함께 미묘하게 얽힌 ‘한 조직의 보고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더 깊게 조망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보름 동안 일어난 세 가지 일들을 돌아보다보니, 새삼 큰 배움을 만났음을 알겠습니다. 충분히 완성시켰다고 생각하며 몇 해 동안 강의해온 주제를, 불과 보름동안, 집중적이고 섬세한 경험을 하면서 그 주제를 더 깊게 이해하게 되고 학습자들을 위한 더 나은 학습방법들을 찾았습니다. 많은 사람을 사귄다고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을 통해서도 진정한 사랑을 배울 수 있듯이, 어떤 대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많이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깊게 경험을 해야 하나봅니다. 적어도 나란 사람은 그렇게 배우는 사람인가 봅니다.
나의 보름간의 시간이 나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삶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경험도 결코 서로 같지 않다. 배움은 특별한 사건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늘 반복되는 것 같은 일상의 경험 속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일상을 통하여 겸허하게 배워라. 너에게 주어지는 매 순간과 온전히 함께 하라. 그 속으로 네 속으로 깊게 들어가야 섬세하게 배울 수 있다. 모든 경험은 배움의 기회다. 배움이 완성되면 경험도 완성될 것이다.’
그대의 10월 앞선 시간들은 어떠하셨나요. 가을빛 더욱 선연해질 10월의 나머지 시간, 그대의 나날들도 아름다운 경험과 배움으로 가득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