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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숲 편지 134호 : 감정경험을 통한 아름다운 진화

HIT 1040 / 정은실 / 2010-09-26


벅찬 꿈을 안고 고향 제주에 내려왔지만, 사람들을 만날수록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풀이 죽어가던 시절이었다. '오 년 뒤, 십 년 뒤에나 빛을 볼 일'이라는 전문가의 조언은 그나마 나은 축이었다. '비싼 비행기 타고 제주까지 걸으러 오겠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진짜 미친 짓을 벌이는 건 아닐까, 회의와 함께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렸다.

- 서명숙의 ‘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중에서 -


누구나 한 번은 다녀왔거나, 다녀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제주 올레길.’ 그 길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만든 서명숙씨의 이야기가 며칠 전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실렸습니다. 작년 가을, 외골개에서 시작되는 아름다운 올레길 7번 코스를 걸으며, 그 길을 만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분명 그 사람은 참 남다른 용기를 가진 대단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사람도 큰일을 앞두고 회의와 외로움에 시달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하트마 간디의 이야기도 떠오릅니다. 영국에서 유학 중일 때에, 채식주의자인 그에게 어느 단체에서 채식에 대한 강의를 요청했습니다. 수줍음이 많아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그는 얼떨결에 강의수락은 했지만 내내 고민을 했습니다. 드디어 강의 당일, 그는 어떻게 했을까요? 위대한 인물에 대한 이런 이야기의 상식적인 결말은, ‘간디는 두려움을 이기고 성공적인 강의를 했다. 그러한 경험이 그에게 큰 힘이 되었다.’일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달랐습니다. 간디는 그 강의를 하러 가지 않고 도망쳐버렸다고 합니다.


우리는 대단한 일을 해내는 사람들은 어떤 두려움이나 흔들림도 없이 힘 있게 목표한 바를 추진할 거라는 오해를 자주 합니다. 그리고 작은 일을 도모하면서도 흔들리는 자기 자신을 보며 못났다고 자책하곤 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누구나 인간이기에 크고 작은 일을 앞에 두고 자기 의심이나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다만, 뭔가를 이루어 낸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차이는, 그 동일한 과정을 거치다가, 전자는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해낸다는 것이고 후자는 도중에 멈춰버린다는 것입니다.


무엇인가를 해내고자 할 때, 마음속에 일어나는 회의, 두려움, 불안, 외로움 등의 정서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며, 그것을 억압하거나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할 때, 우리 안에서 위대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힘든 감정을 경험하고 있는 자신의 에고(ego)를 더 큰 자기(Self)로 껴안고, 그 성장의 진통을 지켜볼 때,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의도를 창조해내는 위대한 힘이 더 커집니다.


그대 지금 어떤 중요한 일을 앞에 두고 계신가요? 어떤 감정을 경험하고 있나요? 혹 그것을 억압하거나 회피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그 감정이 무엇이든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임을 인정하고 더 큰 힘으로 그것을 껴안아 수용해보세요. 그 다음 어떤 단계로 가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라 담담히 바라보세요. 나에게 필요한 것이 왔구나 생각하며 감사함을 보내보세요.


왜 우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힘들게 울고 있는 아기를, 아기엄마가 안타까움과 사랑으로 깊게 품에 안고 달래듯이, 내 안의 아픔을 자책하지도 부정하지도 말고 그냥 안아주세요. 아픔이 가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고요해지는 특별한 경험, 아픔을 안고도 일상의 일들을 건강하게 해갈 수 있는 감사한 경험, 아픔의 그 근원에 무엇이 있는가를 마침내 알아차리며 자기 자신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지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우리에게 허락된 감정경험을 통하여 이룰 수 있는 아름다운 성장, 아름다운 진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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