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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131호: 꿈에 대한 확신과 지지

HIT 957 / 정은실 / 2010-08-09



여름방학이 딱 절반이 남은 어제 일요일, 남편과 나는 큰아이를 불러 방학생활 중간점검을 했습니다. 수학 외에는 학원에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를 하는 중3 큰아이에게 이번 방학은, 학습습관을 정착시키기로 약속했던 기간이었습니다. 학습 진도가 목표 대비 많이 늦어져 있었습니다. 미흡한 부분을 말하기 전에, 아이에게 무엇을 잘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고, 우리가 최근 발견한 아이의 놀라운 점들을 말해주었습니다.

“네가 매주 한 번 웹에 만화를 연재하겠다고 하더니 그 약속을 지키더구나. 더구나 넌 만화 그리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데, 혼자서 스토리를 짜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넌 재능이 있어. 더구나 열정이 있어. 자정 넘은 시간까지도 그림을 그리더구나. 엄마 아빠는 지난 15년 동안 네가 그렇게 몰입하는 모습은 처음 봤어. 네 꿈을 이루려면, 만화를 그리는 기술, 스토리를 구성하는 힘,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지식, 만화에 대한 열정, 여러 컷의 만화를 그려낼 수 있는 집중력과 인내심, 창의성, 이런 요소들이 필요해 보이는데, 넌 그 대부분을 가지고 있구나.”

그냥 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기말고사 이후 지금까지 약 6주간의 실제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는 이해력, 암기력, 논리력, 언어구사력이 우수하지만, 자유롭고 낙천적이고 하고 싶은 일에만 푹 빠지는 성향 때문인지, 학업 성취동기가 낮고, 과제 집중력이 떨어지고, 인내심이 약했습니다. 그런 아이가, 시간을 아껴가며 만화를 연재해가는 모습을 보고 우리는 정말 감탄을 했습니다. 아이의 재능을 확신하며 기뻤고, 아이가 집중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집중을 잘 하는 분야가 다름을 이해했습니다. 우리의 칭찬은 그 감탄을 말로 옮긴 것뿐이었습니다.

칭찬에 이어서, 아이에게 ‘너는 좋은 만화가가 되거나, 혹은 만화를 네가 하게 될 일에 잘 활용할 수 있게 되거나, 혹은 만화를 평생의 훌륭한 취미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주며, 그러한 성장에 엄마 아빠가 할 수 있는 전폭적 지원을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방학학습 진도가 미흡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지원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대화 후에 부족한 독서과제 보완을 위해 같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고, 웹에 만화를 올리는 데에 해상도가 높은 스캐너가 필요하다고 하여 구입을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쇼핑 후에 휴식시간도 없이 바로, 밀린 진도를 채우기 위한 공부를 시작한 아이가 공부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만화 그리기나 게임이나 인터넷 서핑, 좋아하는 주제의 책 읽기를 할 때 외에는 10분도 한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화장실에 간다, 물을 마신다며 들락날락하거나 슬쩍 딴 책을 보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이야기를 나눌 때만 진지할 뿐, 은근히 수동적인 반항을 해오던 사춘기 큰아이가 왜 달라진 것인지 나는 한참 돌이켜 생각을 해봤습니다.

‘장점 중심, 목표 중심, 실행방법 중심으로 진행한 오늘 대화가 아이에게 좋았나?’ ‘그런 대화 과정에서 엄마 아빠의 지극한 관심과 지지를 이제야 알아차린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그간의 대화와 어제의 대화가 무엇이 달랐는지를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우리는 코칭의 원리를 아이에게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일방적으로 조언하기보다 경청하려고 했고, 의견을 물었고, 해결안을 함께 모색했고, 스스로 결정하게 했습니다. 부모로서 우리가 어떤 마음인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말해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아이의 꿈을 우리가 설득하려고 하는 행동변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을 하려 했지, 진심으로 아이의 꿈을 공유하지 못했음을 알았습니다. 어제 대화에서 아이의 표정이 유난히 빛나기 시작했던 때는, 우리가 아이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부분을 지지해주었을 때였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에게 그와 관련된 재능이 있고, 어떻게 해가면 좋을지를 같이 말한 부분이었습니다. 자신의 꿈과 꿈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과 우리의 지지가 아이 스스로 영어책을 펴들게 하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더 많이 읽겠다는 마음을 내게 한 것 같습니다.

뭔가를 해야 하는 이유를 가슴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과 ‘중요한 사람들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머리로만 이해한 이유, 세상의 기준으로 이해한 이유는, 납득은 될지언정 몰입의 에너지를 일으키지 못합니다. 그리고 혼자 확신을 유지하기에는 세상에는 꿈을 흐려지게 하는 요인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모습으로 세상 속에서 꽃피어야 합니다. 적응의 힘과 변화의 힘이 모두 필요한 세상에서, 어떤 부분은 세상을 따르고 어떤 부분은 나의 길을 갈 지,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꿈, 하고 싶은 것, 그것의 의미, 그것을 할 수 있는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과 실행방법에 대한 확신이 우리를 가슴 뛰게 하고 우리 모습을 반짝이게 합니다. 우리의 여러 주 동안의 관찰과 진심어린 감탄과 지지, 진지한 대화가 어제 아이의 가슴속 어딘가를 터치해주었나 봅니다. 6주 동안 자기 스스로 작은 성취를 맛보며 아이는 이미 꿈의 알맹이를 더 단단하게 키우고 있었나봅니다.

앞으로도 여러 해 아이는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와 피드백을 필요로 하겠지요. 아주 오래 확신과 회의를 거듭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가겠지요. 열여섯 살 아이가 건너온 성장의 강들, 건너가야 할 성장의 강들이 보입니다. 더 넓은 강들을 더 튼튼해진 노를 잡고 더 넓어진 어깨로 노 저어 건너는 아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지켜보는 마음이 강처럼 넓어집니다. 아직 꿈의 여정 위에 있는 나의 모습도 보입니다. 나를 보는 마음이 바다처럼 넓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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