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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130호: 아름다운 축제

HIT 751 / 정은실 / 2010-06-27


“이제 무슨 낙으로 살지?” 늦은 아침을 먹고 남편이 말했습니다. 축구를 좋아해서 두 아이들과 자주 축구를 하며 놀곤 하는 남편은 오늘 새벽 8강을 겨루는 우루과이 전의 패배에 정말 안타까워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에 잠자리에 누워서도 한참 잠도 이루질 못했습니다. 우리 선수들, 정말 잘 싸웠는데, 쉽게 골을 내주고, 어렵게 한 골만을 얻고, 수많은 골 찬스들을 그냥 놓쳐버린, 아쉬운 한판이었습니다.

16강에서 발걸음을 멈췄지만, 이번 월드컵, 축제였습니다. 나같이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까지 빠져들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11명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었고, 그 옆에는 출전한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같이 호흡하며 뛰고 있는 감독과 동료들이 있었고, 붉은 옷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광장에서 집에서 잠을 설쳐가며 응원을 했습니다.

16강이 아니라 8강의 꿈까지 꾸게 했던 첫 경기 그리스 전. 선수들이 보여준 조직력, 패기, 자신감, 아름다운 골. 그들은 우리를 자랑스럽게 했습니다. 허정무 감독의 리더십 신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이없는 골들을 허용하며 4대1이라는 패배를 안았던 두 번째 경기 아르헨티나 전. 아직은 넘어서야 할 벽이 높음을, 한 번 무너진 조직력은 회복되기 쉽지 않음을 배웠습니다. 최선을 다하면서도 마음만큼 몸이 움직이지 못하는 선수들을 보며 안타까웠습니다. 16강을 결정한 나이지리아 전. 아르헨티나 전에서의 패배를 잘 극복해낸 선수들의 자신감이 돋보이는 경기였습니다. 새벽잠을 설치게 한 것이 아깝지 않은 선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 마지막 네 번째, 8강을 위한 한판, 빗속에서 진행된 우루과이와의 경기. 최고였습니다. 내가 본 이번 월드컵 한국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였습니다. 우리 선수들은 경기를 지배했고, 유쾌하고 거침없이 그라운드를 누볐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발에서 발로 마법처럼 이어지는 자블라니, 자신감 있는 슈팅, 팀플레이를 보며 90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한 번의 골밖에 만들지 못하고 두 골을 내주며 패배했지만, 약간만 운이 따라주었다면 월등한 점수 차로 우리가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습니다. 경기종료 휘슬이 울린 후 눈물 흘리는 선수들을 보며 나는 진심으로 갈채를 보냈습니다. 최선을 다한 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지만, 엉성한 경기로 운 좋게 승리한 것보다 몇 배 더 돋보이는 경기였습니다. 아쉬움 때문에 더 오래 기억될, 멋진 축제의 아름다운 마무리였습니다.

월드컵 축제는 끝이 났습니다. 우리는 그림 같은 슈팅 장면들과,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뿜어져 나오던 아름다움 에너지와, 비에 젖은 포트 엘리자베스 초록 그라운드와, 하얀 유니폼과, 하얀 자블라니와, 눈물과, 붉은 축제의 광장을 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4년 뒤 오늘이 올 때까지 이 느낌을 선명하게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 낙(樂)이 월드컵밖에 없어?” 멋쩍게 대답을 하더군요. “그럴 리가 있어.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 이제 곧 7월입니다. 장마와 함께 시작될 7월, 그 뒤에 이어질 무더위가 떠오릅니다. 우리 태극전사들이 선물해준 멋진 축구의 마력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빈 공간 속에, 이제는 우리 각자의 삶의 축제를 마련할 때가 왔습니다. 나는 오래 마음에 담고 있던 책 한 권을 써서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그대는 그대 삶의 어떤 축제를 준비하고 계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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