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129호: 하루가 다르게 느껴져요
HIT 805 / 정은실 / 2010-06-14
저녁 무렵, 작은 아이가 옆에 다가오더니 말했습니다. “엄마, 난 요즘 하루가 다르게 느껴져요.”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니?” 했더니, “음, 보람이 느껴져요.” 그럽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습니다. “왜 그런 것 같니?” 물었더니 “날마다 배우는 게 있는 것 같아서요.” 라고 대답을 합니다.
늘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것이 아이들이지만, 최근 초등학교 5학년인 작은 아이가 눈에 띄게 마음이 자라고 있습니다. 미술학원 외에는 다니는 학원이 없이, 집에서 1시간 30분 남짓 엄마 아빠와 약속한 숙제를 하는데, 예전과 다르게 시키지 않아도 혼자서 하곤 합니다. 숙제검사에서 통과를 하지 못하면 일부분을 다시 해야 하는데, 그럴 때 예전처럼 짜증을 내지 않고, 시원스럽게 다시 하겠다고 합니다. 여전히 축구하기를 좋아하지만, 책을 찾는 시간이 부쩍 늘었습니다. 일주일에 세권씩 오는 책 배달 가방이 도착하면 반가운 환호성을 지르기도 합니다. 만화책 이외에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도대체 누구를 닮았을까 싶었는데, 아이 속에 있던 성장의 시계바늘은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 돌아가고 있었나봅니다.
그러한 변화를 정말 기특해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느껴져요.’라고 말을 해온 것입니다. 스스로 알아차리는 변화만큼 큰 변화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는, ‘오늘은 뭐가 좋았니?’하고 물었더니, 내 목을 꼭 끌어안더니, 끝도 없이 조잘조잘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루를 신나게 지내고도 잠들기 전에 그런 진지한 질문을 받으면, ‘글쎄요,’ ‘생각이 안나요,’ ‘별로 없어요,’ 하곤 했는데, 그것도 참 큰 변화였습니다.
드디어 아이가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시작했나봅니다. 어떤 하루를 보내는가에 따라서 오늘 하루가 어제 하루와 같지 않다는 것을 알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 아이의 눈에 비친 오늘 하루는 어땠을까요. 삶의 하루에 그림 그려진 그 섬세한 하루가 궁금해집니다. 자정이 넘은 시간, 이제 내일이 된 나의 오늘 하루를 돌아봅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나의 하루. 그 일부분은 타인과 공유되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나만이 압니다. 하루 동안의 활동을 통해 일어난 나의 수많은 생각, 나의 온갖 느낌, 나의 성장, 나의 배움. 하루는 온전히 나만의 역사입니다.
어느 작가가 그랬지요. 사랑하지 않는 것은 유죄라고. 삶의 하루를 소중히 꽃피우지 않는 것도 유죄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저 하루쯤 흘려보내도 별로 티가 나지 않지만, 하루가 꽃피지 않고 삶이 꽃필 수는 없습니다. 하루를 꽃피우지 않으면서 ‘내 삶도 언제 한 번은 꽃이 피어나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어제 그리스 전에서 멋진 경기를 펼쳐서 그들에게는 영광을 국민들에게는 기쁨을 안겨준 태극전사들의 하루는 어땠을까요. 우리가 본 것은 남아공 월드컵 그라운드에 펼쳐진 그들의 90여분 동안의 멋진 모습이었지만, 땀과 꿈에 젖은 수많은 하루들이 그 속에 있었겠지요.
주말동안 땅에도 마음에도 단비가 지나간 유월 셋째 주 월요일, 나와 당신의 또 하루가 아름답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