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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128호: 아름다운 현실창조 - 추천서와 세 가지 숙제

HIT 766 / 정은실 / 2010-06-09


대학 4학년 K가 입사추천서를 부탁해왔습니다. 이런 부탁을 들어준 적이 없는데, 여러 학기 동안 지켜봐서, 그가 성실하고 생각 깊으면서도 마음 따뜻한 학생임을 알기에,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단서를 달았습니다. 세 가지 숙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숙제는 자신이 가진 모든 자원들을 찾아내어 70개 이상 쓰는 것이었습니다. 성격 특성, 지식, 기술, 모든 경험,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 꿈, 신념, 대인관계 등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원들을 다 찾아내어 적어보라 했습니다. 두 번째는 10년 후 자기 모습 그려보기였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누구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며 살고 있는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타인들은 자기에 대해 뭐라고 말들을 하는지,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꿈꾸어 보라 했습니다. 마지막 숙제는, 입사하고 싶은 그 조직에서 최선을 다하여 경험하고 배우며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가를 적어보라고 했습니다.

추천서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 낸 숙제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써줄 추천서와 그의 안팎이 일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낸 숙제였습니다. 스스로의 스펙이 ‘저질’이라 추천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한 어떤 추천서도 어울리지 않는 장식품이 되겠지만, 자기 안의 힘을 믿고 당당하게 서 있는 그에게는 추천서가 그를 증명하는 것이 될 거라고, 혹은 추천서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나는 믿었습니다. 그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숙제를 보내왔습니다. 그의 글을 보며 기뻤습니다. 대충 한 것이 아니라 정성을 쏟은 것임이 보였고, 억지로 채운 내용이 아니라 마음에서 흘러나온 것을 담은 것임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그 안에, 아름다운 한 젊은이가 자기 스스로 알아차린 자기 자신과 삶에 대한 아름다운 자원과 꿈이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제 그에게 직접 추천서를 전하며 나는 기쁨을 넘어서 놀랐습니다. 오랫동안 보아오던 그의 모습이 달라져있었습니다. 세상을 향해 가슴을 펴고 두 다리로 힘 있게 서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나이가 많고 스펙이 ‘저질’이라 고민이라던 그늘진 청년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날 늦은 밤에 그가 보내온 이메일을 보며, 나는 내가 본 그의 외적 변화가 바로 그의 내적 변화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추천서'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통해서 내면의 장점들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제가 되겠습니다. 오전에 어느 구직자가 선호 연령을 질문 올린 것을 봤는데, 팀 구성상 24~26세를 선호한다는 답변을 보고, 조금 낙심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다시 기운 차렸습니다. 저는 정말 많은 장점을 가진 사람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제 주위사람과 환경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누구나 저의 본 모습을 보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자신이 생겼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번 일은 세 가지 숙제를 받고 추천서를 써준 나에게도 참 뜻 깊은 경험이었고, K에게도 큰 변화 경험이었습니다. 만약 그가 나에게 추천서를 요청하지 않았다면, 혹은 내가 그의 요청을 거절했다면, 혹은 그냥 의례적으로 써주었다면, 혹은 그가 세 가지 숙제를 대충 했다면, 혹은 그가 자기 내면의 변화를 말하는 감사의 편지를 내게 보내지 않았다면, K와 나는 지금과 같은 경험을 하지 못했겠지요.

작은 씨앗들이 성장하여 깊은 숲을 이루듯, 의미 있는 일련의 작은 행동들이 큰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음을, 우리는 매 순간 우리의 현실을 창조할 수 있음을, 이번 일로 다시 배웁니다. 행동의 씨앗을 성장시키는 조건, 창조의 조건을 봅니다. 좋은 의도를 세우기, 그 의도의 방향대로 힘 있게 행동하기, 행동 하나마다 정성을 담기, 자신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기,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기여하기, 감사하기......

나의 또 다른 현실창조 작업들을 들여다봅니다. 나의 의도, 나의 행동, 나의 정성, 나의 내면 작업, 세상과 사람에 대한 기여와 감사를 들여다봅니다. 씨앗 속에 가득한 생명의 기운에서 숲을 느낍니다. 그대는 지금 어떤 창조 작업을 진행하고 계신 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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