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127호: 아름다움을 되비추어주기
HIT 740 / 정은실 / 2010-05-31
어제 일요일 밤,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하며, 할 일들을 체크하느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아빠와 축구경기를 보고 있던 막내가 공부방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나를 보더니 정확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집에는 정은실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예쁩니다.” 그러더니 내 옆에 와서 뺨에 뽀뽀를 했습니다. 감수성이 강하고 남자아이이지만 막내 짓을 하느라 워낙 살가운 이야기를 많이 하는 녀석이기는 하지만, 이런 표현은 처음이라서 한참 기분 좋게 웃었습니다. 한밤의 피곤함도, 새로운 한 주와 한 달의 시작에서 살짝 느껴지던 긴장감도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습니다.
지난 금요일, 다섯 시간 동안 C사의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 기법 강의를 했습니다. 시간이 짧아 고민스러웠지만, 그 시간 동안 전할 수 있는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서 마음을 많이 기울였습니다. 마무리 시간에, 강의실 내의 거의 모든 분들의 표정이 고요하고 따뜻해지는 것을 보며, ‘아, 오늘 다섯 시간은 충분히 의미 있었구나!' 싶었는데, 강의가 끝난 후에 몇 분이 앞으로 나오시더니, (저서도 아닌) 강의교재에 사인을 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이런 강의는 들은 적이 없다, 최고의 강의였다,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감사하다,' 말씀하시는 분들에게 사인을 해드리며 참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밤늦은 시간, 창문을 내리고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운전하며 돌아오는 길, 보름달 같은 충만함을 느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월요일에 발송한 칼럼에 여러 지인들이 답신을 보내왔습니다. 감사, 격려, 찬탄의 메시지들을 읽으며, 한편으로는 안도하고, 한편으로는 많이 감사했습니다.
지난 한 주 나에게 크게 다가온 것은, 나의 부족함이 아니라 나의 아름다움을 되비추어 보내준 사람들의 힘입니다. 사랑하는 아들의 말 한마디에 나는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강의에 대한 감동을 마음에서 끝내지 않고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며 사인을 요청해주신 분들 덕분에 나는, 나의 소명을 또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상을 다루는 평범한 글에 공명해주신 지인들 덕분에, 나는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고 더 의미 있는 소재를 찾기 위해 지금도 마음을 기울입니다.
나는 한 주 동안 어떤 말들을 사람들에게 전했는지 돌아봅니다. ‘누군가의 아름다운 점, 누군가에게 일어난 기쁜 일을 가장 먼저 알아주는 사람이 되라’고 했는데, 과연 내가 그랬는지 돌아봅니다. 꽃의 아름다움을 느끼려면 꽃을 온전히 바라보아야 하듯, 한 사람의 아름다움을 느끼려면, 더 섬세하게 사람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야 했는데, 여전히 내 안의 것들이 너무 많아 그러지 못했던 시간들이 많이 느껴집니다.
새로 시작되는 또 한 주는 오월에서 유월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같은 한 주입니다. 이번 한 주는 내 마음을 나에게서 타인에게로 보내어, 그들의 아름다움을 나의 말과 행동으로 되비추어주는 한 주로 만들어보려 합니다. 내가 만나는, 오월의 신록보다, 유월의 녹음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에게서, 내가 알아차린 아름다움들을 진솔한 말과 행동으로 아낌없이 되비추어주는 사람이 되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