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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126호: 가족 공부방을 만들다

HIT 745 / 정은실 / 2010-05-24



본격적으로 나의 일을 시작한 2004년부터 지금까지, 일을 하다가 만나게 되는 분들로부터 꾸준히 받고 있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사무실은 어디인가요?”, “아직 아이들이 어릴 것 같은데, 이렇게 일을 하시면 아이들은 누가 돌보나요?”, “집안일을 도와주는 분이 있나요?” 처음에는 이 질문들에 대답을 하기가 불편했습니다. 사무실이 없다는 것, 강의나 미팅이 없을 때는 집에서 일을 하며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도 직접 한다는 것이 프로페셔널해보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대답이 길어지곤 했습니다.

요즘은 아주 편안하게 답을 합니다. “사무실을 내지 않았어요. 주로 외부 연수원이나 고객사에서 강의를 하다 보니 따로 공간이 필요하지 않거든요. 외부 일이 없을 때에는, 집에서 글을 쓰고 강의준비를 합니다. 코칭이나 우리 연구소의 프로그램 때문에 꼭 필요할 때는 공간을 임대합니다.” “아이들이 중학생, 초등학생이라서 최대한 아이들과 같이 있으려고 합니다.” “집안일은 꼭 필요한 일만, 직접 합니다.”

사실 지난 7년 동안 사무실을 낼까 고민을 여러 번 했습니다. 특히 남편과 같이 공동으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특히 대외적 이미지와 일과 가정생활의 분리의 어려움 때문에 사무실 오픈을 진지하게 고민을 하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세 가지 이유로 홈 오피스를 고집을 했습니다. 첫째는, 사춘기 아이들과 더 많이 함께 있는 것이 우리가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우리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외적인 이미지 때문에 사무실을 내기에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셋째 이유는, 부부가 같이 일을 하는데 일상을 조화롭게 관리하지 못한다면 사무실을 오픈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사무실 오픈에 대한 미련이 있었는데, 지난주에 이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를 했습니다. 나와 남편의 연구실 겸 아이들의 공부방을 집안에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지난 주말, 방 하나를 네 식구 전용 공부방으로 만드는 큰 작업을 했습니다. 그 공간을 위한 책장과 책상, 컴퓨터와 스탠드를 새로 들여놓았습니다. 그곳은 아이들이 학교에 간 동안에는 남편과 나의 집필과 토론 공간이 될 것이고,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바로 돌아오면 함께 대화하고 공부하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강의 등으로 외출 중일 때에는 아이들은 아이디어 보드와 일정표의 내용들을 보면서 엄마 아빠가 요즘 어떤 일을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주말 내내 책을 나르고 무거운 물건들을 옮기고 정리를 하다 보니 온 몸이 젖은 솜 같지만 마음은 가볍습니다. 가족 공부방 만들기 결정과 실행 과정에서 나는 내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를,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명료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나에게는 일도 아이들도 모두 소중합니다. 2010년 현재 나에게는, 집필하기, 연구하기, 아이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일상을 수련의 터로 만들기가 삶의 이슈들입니다. 나는 소중한 한 가지를 선택하면 소중한 다른 것들을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함께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믿습니다. 나는 개인적 삶과 일의 통합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나는 외적 가치보다 내적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나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내 삶에 구현시키려고 하는 사람입니다.

크고 작은 삶의 선택 하나 하나에, 그 선택이 반영된 삶의 장면 하나 하나에,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녹아들어 있음을 다시 확인한 주말입니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가 명료해질수록 선택이 쉬워짐을 보았습니다.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자기 마음 깊은 곳의 기준에 따라 내린 선택을 소중히 여길 때, 실행이 단호해짐을 보았습니다. 그러한 실행을 한 후에는 마음이 가볍고 걸림이 없음을 또 보았습니다.

5월의 마지막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한 주에는 또 어떤 선택과 실행을 경험하게 될까, 그 과정을 통해서 무엇을 배우게 될까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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