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30일. 밤 10시. 4월에서 5월로 넘어가는 시간. 칼럼 쓸 시간도 없이 새봄의 나무처럼 분주했던 지난 4월을 돌아보며, 마음에 떠오르는 가장 크고 소중한 경험 하나를 건져 올립니다. ‘강의명상.’

강의를 하다보면, 사람들 속으로 완전히 몰입될 때가 있습니다. 어떤 말을 다음에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필요치 않습니다. 몸과 마음에 조금의 긴장도 없습니다. 그저 내가 말을 하고 있다는 인식, 의미 있는 메시지가 나를 통하여 흐를 것이라는 신뢰, 내 말이 사람들 속으로 흘러들어가며 잔잔하지만 깊은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뿐입니다. 나를 포함한 그 공간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함께 움직이고 있는 느낌입니다. 평범한 단어와 문장으로 메시지를 전하여도, 내 안의 어떤 에너지가 그 메시지에 아주 강한 힘과 빛을 실어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 특별한 시간동안 나는, 나와 타인들 간의 경계도 잊고, 깊은 고요함, 따뜻함, 연결감, 기쁨, 살아있음, 사랑을 느낍니다. 그 상태에 나는 ‘강의명상’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최근에 그러한 강의명상의 빈도가 더 잦아지고 길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을 돌아보니, 4월의 여러 강의에서도 강의명상을 경험했습니다. 어느 부분에서 강의명상이 일어났는가를 되돌아보니, 내가 온 마음을 다해 믿고 있는 부분, 한 치의 의심도 없는 부분, 정말 그 자리의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던 부분들이었습니다.

지지난 주와 지난주에 각각 이틀씩 강의했던 L사 사내강사양성과정에서, 나는 참 자주 그 상태에 빠져들었습니다. 21년째 강의를 하고 있는 나는, 12년 동안 한 회사에서 사내강사로 활동했습니다. 강사로 활동하기 위해 체계적인 훈련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책과 선배강사들을 모델링하며 강의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배웠습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사내강사양성과정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유난히 마음이 갑니다. 그 마음은, 내가 경험을 통해 검증한 내용들을, 아주 오래 전의 나처럼 혼자 시작하며 두리번두리번 길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전하여 도움이 되고 싶은 그런 마음입니다.

지난 주 사내강사양성과정에서는 심지어, 강의 중에만 그러했던 것이 아니라, 팀 활동을 하고 있는 학습자들의 모습을 뒤로 물러나 지켜보면서도, 지극히 편안하고 기쁘고 따뜻하고 깊은 연결감을 느꼈습니다. 의도하지 않아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장점이 눈에 들어오고, 그들 안의 아름다움이 느껴졌습니다. 교육을 마치며 마지막 소감을 모두가 짧게 나눌 때 모든 피드백이 좋았지만, 특히 한 참가자의 소감에 나도 모르게 살짝 눈시울이 젖었습니다. “강사란 학습자들을 돕는 사람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에게 이틀 동안의 시간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강의를 듣는 사람들도 이러한 생각을 갖고 돌아가도록 강의를 하고 싶습니다.”

4월. 자주, 길게, 강의명상을 경험했던 이번 달, 그 경험을 통하여 내가 돕고 싶었던 사람들을 도왔을 뿐만이 아니라, 그 경험 속에서 나 자신이 한 뼘 더 진화했음을 느낍니다.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지만, 내 안의 아름다움이 더 많이 깨어났음을, 사람을 향한 나의 시선이 더 깊어지고 따뜻해졌음을, 나의 길로 가고 있음에 대한 확신이 더 커졌음을, 알아차립니다.

가만히 눈을 멈추어 보고 있기만 해도 좋았던 신선한 4월. 날로 새로운 것은 4월만이 아니었습니다. 4월의 서른 날 동안, 삶이 끊임없이 선물한 경험들 속에서, 나도 새순을 틔우고, 새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며 쉼 없이 자랐습니다. 한 그루 나무를 바라보듯 나의 4월을 바라봅니다. 아름답습니다. 완전한 것은 완전한 대로, 흠이 있는 것은 흠이 있는 대로 그 과정도 그 결과도 아름답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그대, 그대 또한 그러하셨을 것입니다. 그대는 지난 4월, 무엇을 경험하며, 어떤 싹을 틔우셨는지요? 그리고 이제 곧 시작되는 5월, 어떤 초록으로 무성해지려 하시는지요? 그대와 나의 5월 또한 아름답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