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123호: 김연아, 그녀가 행복하길!
HIT 757 / 정은실 / 2010-03-27
지금은 토요일 새벽 1시가 지난 시간입니다. 감기에 걸려 잠을 잘 못 이루는 큰 아이를 돌보다가 잠자는 시간을 놓친 김에,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에 참가한 김연아 선수의 첫 경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자신의 기록에만 많이 미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다른 우수 선수들의 점수에도 못 미치는 경기를 했습니다. 두 부분에서 눈에 띄는 실수가 있었습니다. 우아하면서도 힘 있게 음악과 공간과 자기 자신과 일체가 되며 아름답게 빛나던 그녀의 모습을 이번에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이번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을 아는 듯 했습니다. 그녀의 표정이 많이 어두웠습니다.
올림픽 이후 세계 선수권 대회를 다시 준비하며 그녀가 슬럼프를 경험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모든 주요 경기에서 전관왕이 되었고, 올림픽에서 경이로운 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그녀가, 목표를 잃고 연습을 소홀히 할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오늘 새벽 경기에서 그녀는 실수를 했음에도 쇼트 프로그램에서 7위를 했습니다. 잘 한 거지요.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경이로운 기록으로 피겨 역사를 새로 쓴, 무결점의 연기자가 그녀이기 때문에, 7위라는 성적은 보잘 것 없는 것이 된 거지요.
그녀의 경기만 보고 바로 잠을 자려고 했는데, 이런 저런 생각이 떠오르면서 잠이 오지 않습니다. ‘자신이 세운 모든 목표를 다 이룬 사람은 어떤 목표를 가져야할까?’ 바로 목표를 가질 것이 아니라, 우선 충분히 자신을 축하하고 휴식하며 되돌아볼 시간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축하와 휴식과 성찰의 과정 속에서, 또 다시 스스로를 가슴 뛰게 하는 목표를 자연스럽게 잡게 되지 않을까요. 힘겨운 훈련과 노력 끝에 눈부신 결과를 얻었지만 제대로 휴식의 시간을 가지지 못한 채 바로 경기에 출전한 김연아 선수가 안타깝습니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경기 출전인지, 아마도 그녀는 많이 허탈했을 것 같습니다.
최고를 경험한 사람은, 그 경험이 가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경험 이후 만성적인 부족감의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최고경험이 기준이 되어, 그것을 유지하거나 넘어서지 못하는 한, 늘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나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중학교를 전교수석으로 입학했던 나는 정작 그 이후에는 전교수석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최상위권의 성적이었음에도, 성적표를 받아들 때마다 나도 만족하지 못했고, 선생님들과 부모님으로부터도 ‘그건 네 성적이 아니다. 좀 더 노력해라.’는 염려를 들어야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그때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과거의 나를 아는 사람들의 기대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가 경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몰입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밤 11시 경에 프리 스케이팅 경기가 있다고 합니다. 오늘 밤 경기에서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자기 모습도, 시즌 전관왕으로서의 자기 모습도 의식하지 말고, 그저 지금 그 빙판에 서 있는 김연아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연기를 펼치길 바랍니다. 그녀의 완벽한 연기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려는 부담감도 없이, 그저 자신이 사랑하는 피겨 스케이팅을 즐기길 바랍니다. 그렇게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될 때,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자기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나에 도달하기’, ‘빙판 위에서 행복하게 빛나는 스케이터’, 김연아 선수가 그런 목표를 세우면 어떨까 싶군요. 올림픽에서 무결점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고마운 그녀가, 오늘 밤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온전한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그녀 자신이 행복하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