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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120호: 갈라쇼

HIT 831 / 정은실 / 2010-03-01

 

특별한 경우 외에는 TV를 거의 보지 않는데, 어제 일요일 낮에는 피겨 갈라쇼를 보느라 한참이나 TV에 빠져 있었습니다. 정말, 갈라쇼의 뜻 그대로 올림픽을 빛낸 피겨 스타들의 ‘향연’이더군요. 처음에는 김연아 선수를 보려고 TV 앞에 앉았는데, 전체 선수들의 연기에 흠뻑 빠져버렸습니다.

갈라쇼의 선수들은 밝고 생기가 넘쳤습니다. 각자의 개성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음악, 복장, 프로그램으로 자유롭게 연기하는 그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빛이 났습니다. 경기 때와 다르게 실수도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긴장에서 오는 경직된 동작도 적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경기 중에 나타났던 것과 같은, 매력적인 표정과, 음악과 동작과 자기가 하나 되어 나오는 아름다움이 갈라쇼의 다른 선수들에게도 보였습니다. 그들을 보다가, 문득, 같은 선수들인데 본 경기 때와 갈라쇼에서의 모습이 어쩌면 저렇게 다를까, 잠시 의문이 들었습니다.

의문은 곧 풀렸습니다. 갈라쇼와 본 경기의 차이 때문이었습니다. 경기는 ‘정해진 기준을 충족시키고, 실수로 인한 감점 없이 우수한 연기로 가산점을 얻어, 경쟁자를 이겨야 하는 것’이었지만, 갈라쇼는 축제였습니다. 축제에는 소숫점 둘째 자리까지 계산되는 평가점수가 없었습니다. 선수들은 평가의 압박 없이 자기 매력을 발산하며 자유롭고 당당하게 연기를 펼쳤습니다. 평가기준에 맞춘 연기들이 아니어서 그들의 퍼포먼스는 비교하기 어려웠습니다. 누가 낫다고 할 것 없이 각자의 모습대로 아름다웠습니다. 김연아는 고난도 기술 연기 없이도 한 마리 백조처럼 품위 있었고 아사다 마오는 강렬한 에너지로 관중들을 사로잡았고, 하늘을 응시하며 시작한 조애니의 깊은 표정과 안정된 연기는 가슴을 잔잔하게 울렸습니다.

그 아름다운 피겨 스타들의 무대를 보다가, 우리의 일터도 경기가 아니라 갈라쇼와 같다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개인들이 획일적 기준 하에 비교 평가됨 없이 각자의 강점으로 빛날 수 있는 곳,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며 조직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의해서가 아니라 더 성장하기 위하여 스스로에게 도전하며 즐기는 곳, 결과만이 메달로 기억되는 곳이 아니라 그 과정을 모두가 함께 즐기는 곳, ......

그런 꿈을 꾸며, 어떻게 하면 우리의 일터가 그런 곳이 될 수 있을까 몇 가지 방안들을 생각해봤습니다. 조직은 평가 시스템을 유연하게 운영해야 합니다. 한 기준 아래에는 우열이 있을 수 있지만, 조직을 움직이는 여러 기준 아래 구성원 각자의 강점이 빛날 수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구성원들의 성장욕구와 강점을 신뢰하고,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여야 합니다. 실수만 지적하기보다, 성과에 대한 갈채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탁월한 성과자만을 영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지원한 사람들도 빛나게 해야 할 것입니다.

개인은, 자신의 강점을 신뢰하고 개발해야 합니다. 자신과 삶을 신뢰할 때, 실패를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장을 지향할 때, 더 강한 긍정적 에너지가 자기 주변에 형성됨을 믿어야 합니다. 소중한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위축시키지 말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돌봐야 합니다. 일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여,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노역이 아니라, 자기성장과 기여의 소중한 기회로 만들어야 합니다. 가치 있는 일을 만들어내고 사람들을 설득하여 조직의 자원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타인과 조직이 내 성장의 장애물이 아니라, 그들이 있어 내가 나의 역량을 넘어서서 성장하고 기여할 수 있는 자원임에 감사해야합니다.

17일간의 동계올림픽은 끝났습니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이 안겨준 눈물 나던 감동도 머지않아 희미해질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하루하루를 빛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선수들에게 보냈던 감동과 찬사를 우리 자신에게 보내보면 어떨까요. 3월, 자연이 만들어낼, 해마다 봐도 지겹지 않은, 기적 같은 새봄의 생명 축제와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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