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119호: 기록되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
HIT 753 / 정은실 / 2010-02-16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오늘 아침, 교산과 주간미팅을 했습니다(부부가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요일이나 시간이나 옷차림이나 장소에 상관없이 필요할 때 바로 미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 가운데 하나입니다). 올해 들어서 주간미팅을 정례화 시켰습니다. 지난 한 주의 일들을 성찰하고 새로운 한 주를 계획하거나 나누는 시간입니다. 두 달째 지속하고 있는데 해야 할 일들을 미루지 않고 좀 더 긴장감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되었고, 상호 도움이 필요한 일들을 더 잘 도와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례화 시키고 나니 별 일이 없다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적당히 넘어가지 않고 꼬박꼬박 하게 되는 장점도 있는데, 이 주간미팅의 가장 큰 효과는 일상의 작은 경험들을 더 소중하게 알아차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오늘 주간미팅을 준비하며 나에게 있었던 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나의 지난 한 주는 일정표에 적힌 일들(강의 8시간, 프로젝트 미팅 8시간, 고객미팅 2시간, 코칭 2시간, 고향에서 명절 지내기)만 보면 별 특별한 일이 없었던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한 주를 찬찬히 돌아보자, 여러 가지 기억들이 끝도 없이 올라왔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두 번째 인세를 받고 무척 즐거웠던 것, H님이 나의 두 번째 꿈 그림을 완성해준 것, 월드비전에 후원아동을 늘린 것, 내 주장을 강하게 해야 할 사건들이 마치 테스트처럼 세 개나 연이어 생겼고 그 테스트들을 잘 거쳐낸 것, W님과 대화를 하면서 말이 스스로에게 주는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한 번 더 체험한 사건, K와 인터뷰를 하다가 17년을 알고 지내면서도 알지 못했던 K의 어떤 부분을 발견하며 놀라웠던 기억, 5년 후 특별한 가족여행을 생각하면서 적금을 든 것, 아이들과 감동적인 영화들을 본 것, 하루 내내 나뭇가지에 살포시 내렸다가 이슬처럼 녹아내리던 봄눈의 기억, 힘들어하시는 엄마를 안아드렸는데 평소처럼 쑥스러워하지 않고 오래 그대로 계셔서 엄마가 많이 약해지셨구나 싶어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 S님이 보낸 정성스런 설날 선물에 많이 고마웠던 기억, 큰 아이의 키가 나보다 5센티미터나 더 커졌다는 것을 알게 된 것, 명절 전날 아무도 없는 삼거리 공원을 교산과 오래 산책한 기억, 막내가 설날 자기 세뱃돈으로 시키지도 않았는데 모두에게 과자를 선물해서 어른들을 감동시킨 일, ...... 아주 나중에 일정표만 다시 읽게 되었다면 전혀 기억하지 못했을 많은 일들이, 한 주를 돌아보니 보니 하나하나 떠올랐습니다.
월.화.수.목.금.토.일. 한주는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비슷해 보이는 하루 들 속에 특별한 경험들이 소복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나는 매주 주간미팅 시간마다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로 하여금 새로운 생각을 하게하고, 내 의식을 확장시키는 일들은, 매일의 일정표에 두 세줄 공식적으로 기록된 일들이 아니라, 기록되지 않고 잊혀져버릴 수 있는 수많은 작은 경험들 속에 있음을 배우고 있습니다.
오늘도 하루하루 제각각의 빛깔로 빛나고 있는 지난 한 주일을 되돌아보았습니다. 그 시간들이 나에게 준 선물들에 감사를 보냈습니다. 분명 힘든 시간들도 있었는데, 무엇을 배웠나 질문하며 들여다보니 모두가 귀한 시간들이었습니다. 3일간의 설 연휴가 끝나고 새로 시작되는 이번 한 주, 또 어떤 소중한 경험들을 하게 될까, 가슴이 설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