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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118호: 아, 캄보디아!

HIT 789 / 정은실 / 2010-02-08


지난주에 5일간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적지를 돌아보고 왔습니다. 매월 1박2일씩 모여 수련을 하는 도반들과 스승님과 같이 다녀온 여행이었습니다. 관광보다 수련에 목적을 두었고 바쁘기도 했던지라 사전조사 없이 떠났습니다. 그런 나에게 캄보디아의 첫 인상은,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동안 눈에 들어온 거리, 저녁 7시 이후에 다니면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가이드의 협박, 아침부터 푹푹 찌는 더위에 첫 방문했던 유적지 입구에서 만난 ‘1달러, 1달러’를 외치며 매달리는 안쓰러운 아이들의 모습으로 들어왔습니다. 내 눈에 보인 캄보디아는 무덥고 미개발되고 비위생적인 동남아의 작은 나라였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더 많은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신성한 사원’이라는 앙코르와트의 뜻. 앙코르와트는 넓은 앙코르 유적지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 앙코르의 유적지들은 한때 동남아를 지배했던 고대 크메르 제국의 찬란했던 문명의 자취라는 것. 거대한 석조 건축물들에 새겨진 부조들이 참으로 섬세하며 그 섬세한 부조들은 고대 불교나 힌두의 사상들이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는 것. 인구의 1/3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 대학살의 상처가 지나간 것이 불과 30여년이라는 것. 유적지마다 조악한 기념품들을 들고 나와 ‘엄마, 1달러’라고 말하며 매달리던 해맑은 눈망울의 아이들이, 성인 남자들의 일거리가 거의 없는 캄보디아에서, 많은 경우 집안의 가장들이라는 것. 관광수입의 80%가 베트남으로 넘어간다는 사실. 특산품인 상황버섯을 채취하기 위해 지뢰가 매설된 줄 알면서도 밀림으로 들어가다가 발목지뢰에 장애인이 된 사람들. 부패한 정치인들의 이야기. 마음이 아팠습니다.

눈과 귀로 보고 들은 것보다 더 깊게 들어온 것은 마음으로 본 것들이었습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는 거대한 석조 건축물들에는 그 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돌들도 사용되었다 했습니다. 그 돌들 중에는 어른 키보다 큰 것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가파르기 짝이 없어서 거의 엉금엉금 기어 올라가야 하는 사원의 높은 계단들은 그곳이 모두를 위한 기도의 공간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 더운 땅에서, 그 작업을 위해 동원되었을 이름 모를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절대 권력자들을 위한 그 수십, 수백 년간의 작업에 동원되어 어쩌면 평생 돌만 쌓거나 조각만 하다가 죽었을 수많은 크메르인들. 벽돌 한 장, 조각 하나에 그들의 뜨거운 숨결이 묻어 있다 생각하니 감탄보다 아픔이 느껴졌습니다. 그러한 느낌은 나만 느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유적지의 뜰에서 그곳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 느낌이 이끄는 대로 춤을 추었습니다. 춤을 출 때 가슴에 일어나던 진동과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던 눈물, 그리고 이름 모를 영혼들에 대한 애도의 마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직도 살기가 느껴지는 어두운 어른들(대학살을 경험한 세대)의 얼굴 위로 해맑은 그곳 어린이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우리의 어린이들이 그러하듯, 그들과 그 나라의 많은 자원들이 그 나라의 희망입니다. 전후 아무 것도 없었던 우리나라가 쓰레기 더미에서 지금의 모습을 이루었듯이 그들 또한 그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며 아파하고 연민하는 것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그 대신 내가 그 땅의 사람들, 이 세상의 힘든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세 가지를 찾아냈습니다.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 중인 어린이들의 수를 캄보디아 어린이로 한 명 더 늘리기, 축복명상을 할 때에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축복을 보내기, 캄보디아에 대한 자료를 읽어보며 그 나라에 대해서 좀 더 많이 이해하기.

그 질곡의 역사와 그 땅의 순박한 사람들을 직접 보고 나니, 겉으로 알았던 동남아시아의 한 작고 무덥고 미개발된 나라 캄보디아가, 이제 다르게 보입니다. 화보집의 사진이 아니라 살아있는 땅을 경험한다는 것이 이렇게 소중한 것인가 봅니다. 아, 캄보디아! 슬픈 현대사와 열악한 환경을 딛고 그들이 일어서기를 바랍니다. 아직도 어두운 어른들의 역사 위로, 해맑은 아이들의 역사가 머지않아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그 나라가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아픔과 연민 대신 나의 작은 축복의 행동들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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