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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117호: 20년을 명상하다

HIT 840 / 정은실 / 2010-01-31

 

지난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 동안 K사의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 기법 강의를 했습니다. 강의를 하다보면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신입사원들은 내가 좋아하는 대상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들을 만나고 있으면 하얀 화선지에 쓱쓱 그림을 그리거나, 하얀 눈밭 위를 걸어가는 것 같습니다. 강의주제에 대한 호기심과 집중력이 높고 선입견이 적은 그들은 다른 누구보다 나의 말들을 그대로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 앞에 서면, 나는 더 신중해지고, 더 맑게 나의 메시지와 일체가 되어, 그 공간의 모두와 함께 어우러져 흐르는 것 같은, 강의명상 상태에 들어가기가 쉽습니다. 또한 그들의 신선함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나까지 경쾌해지는 것도 내가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이번에도 몇 차례 강의명상 상태를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특히 이번 강의에서는, 20년 전 1월 이맘때에 그들 같은 모습으로 신입사원 교육을 받고 있던 내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때의 추억에 잠기다가, 지난 20년간 나는 어떤 변화를 경험했는가, 어떤 성장을 이루었나, 나에게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20년을 돌아본다는 것은, 1년 혹은 몇 년을 돌아보는 것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내가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온 기간 전체에 대한 평가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의 2일차 이른 아침, 모닝페이지를 쓰며 질문해보았습니다. ‘나는 20년 동안 어떤 성장을 이루었는가?’ 1. 내 평생의 일을 찾다. 2. 사랑하는 사람과 일과 삶의 파트너가 되다. 3. 두 천사의 엄마가 되다. 4. 나를 사랑하게 되다. 5. 의식의 범위가 확장되며 내 안의 나를 경험하게 되다. 6. 삶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다. 7. 한 권의 책을 썼고, 또 다른 많은 책의 주제들을 잉태하게 되다. 8. 경제적 안정을 이루다. 9. 좋은 벗들을 만나다. 10. 삶의 모델이 되는 스승들을 만나다. 11. 더 밝고 편안하고 자유로워지다......

많은 변화와 성장이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20년의 여정을 통해 20년 전의 나는 알지 못했던 시간과 공간에 지금 도착해있음을 알았습니다. 하루하루는 별로 다르지 않았는데, 그 하루가 모인 20년의 전과 후는 참 많이 달라져 있음을 알았습니다. 시간이 큰 강물처럼 흘렀습니다. 내가 의도했던 큰 길들과 길모퉁이들이 있었고, 의도하지 않았던 길모퉁이들과 오솔길들도 있었습니다. 그 길들이 날실과 씨실이 되어 엮어놓은 내 삶의 무늬들이 보였습니다.

20년을 들여다보니, 하루나, 한 달이나, 한 해에 이루지 못할 일들은 많아도, 스무 해 동안 이루지 못할 일은 거의 없음을 알겠습니다. 어느 것 하나 그냥 일어났다 스러지는 것은 없음을 알겠습니다. 한 길은 또 다른 길로 연결되었고, 한 경험은 다른 경험의 바탕이 되었고, 한 생각은 다른 생각의 씨앗이 되었고, 누군가와의 인연으로 누군가를 만났습니다.

강의를 마치며 신입사원들에게, 눈밭같이 하얀 미지의 땅에 자신의 발자국을 당당하게 찍어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새로운 공간에서, 최상의 자신을 표현하며 조직과 함께 성장해가기 위하여, 자기 자신과 타인과 깊게 소통하기를 기원했습니다. 그들의 20년 여정 하루하루가 아름답길 기원했습니다. ‘긴 여정의 목적지를 가져라. 그리고 그 여정의 하루하루를 가장 아름답게 꽃피워라.’ 그것은 20년에 대한 명상이 나에게 준 선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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