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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116호: 나는 엄마가 1.5번째로 좋아요

HIT 809 / 정은실 / 2010-01-23


며칠 전에 둘째 아이가 옆에 오더니 ‘엄마, 난 엄마가 이 세상에서 두 번째로 좋아요.’ 그랬습니다. 아, 드디어 내가 첫 번째 자리에서 밀려 났구나, 서운해 하고 있는데, 아이는 ‘엄마, 있잖아요, 나는 이제 내가 첫 번째로 좋아요.’라고 말을 해서 나를 안도하게 했습니다. 재작년 때까지만 해도 아이는 자존감이 많이 낮았습니다. 좋은 점을 일러줘도 잘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의 미운 점에만 초점을 맞추곤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자존감을 살려주기 위한 노력을 여러 가지로 오래 해왔는데, 4학년이 된 작년부터 점점 눈에 띌 정도로 아이의 내면의 힘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드디어 며칠 전 그런 기특한 말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는 엄마의 기쁜 표정을 미처 읽지 못했나봅니다. 그저께 다시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엄마, 엄마가 2번째는 아니고, 정확히 말하면 1.5번째로 좋아요.’ 늘 ‘엄마가 제일 좋아요’라고 했는데, 그 순서를 갑자기 바꾸어서 엄마가 속상할까 걱정스러웠나봅니다. ‘고맙다’ 말하며, 아직도 아기 티가 가득한 아이의 통통한 뺨을 쓸어주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건강한 마음의 근본입니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때 우리는, ‘완벽한 것만이 사랑받을 수 있다’는 불합리한 신념을 버리게 됩니다. 부족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운 자기를 그대로 바라보면서, 우리의 시선은 타인을 향해서도 세상을 향해서도 더 따뜻해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 그의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여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되듯이, 자신을 사랑할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미소 지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사랑이 큰 사람의 모습은 밝고 평온합니다. 그 밝고 평온한 시선 속으로 세상과 세상의 사람들이 밝고 평온하게 들어옵니다. 그 때문에 그들 앞에 있는 사람들도 편안해집니다.

내일쯤 아이에게 ‘엄마가 세상에서 두 번째로 좋아요.’라는 말이 얼마나 반가운 말이었나를 말해줘야겠습니다. 지금 자기 모습 그대로를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 것인지를 이야기해줘야겠습니다.

아직 어린 둘째 아이는 자신의 언어로 잘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나는 나를 가장 사랑해’를 알아차린 순간, 드디어 이미 자기 안에 있는 두 개의 ‘나’를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시선 속에서, 당당히 자기를 사랑한다고 선언한 아이에게 나는 성장의 징후를 발견합니다. 이제 아이는 ‘나에게서 나에게로’ 가는 길고 아름다운 여정을 시작했네요. 이 엄마가 아직도 가고 있는 여정의 동반자가 되었네요.

나에게서, 더 깊은 나에게로 가는 그 가깝고도 먼 여정을 아이가 잘 경험할 수 있도록 엄마인 나는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내 안에 질문이 일어납니다. ‘나는 나를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있나?’ ‘나는 사랑하는 나를 위해서 지금 무엇을 해주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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