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110호: 결혼 15년 동안 내가 배운 것
HIT 970 / 정은실 / 2009-11-16
늦가을 비가 촉촉하게 내렸던 지난 금요일은 결혼 15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여느 부부가 그렇듯이 결혼기념일 저녁은 늘 같이 있었는데 올해에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금요일 오후부터 2박3일간 양평에서 열린 ‘꿈 테라피’ 프로그램을 안내하게 되어 집을 비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있지 못하는 아쉬움과 미안한 마음에, 남편에게 양평까지 나를 태워 달라고 했습니다. 짐이 많기도 했지만 택시로 가도 되었는데, 핑계 삼아 몇 시간을 같이 있으려고 했던 것이지요.
구름이 피어나는 산허리, 그 아래 고요한 물, 양수리(두물머리)를 거쳐서 양평 서종면으로 가는 길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물과 산이 평화롭게 어우러진 길이었습니다. 두 개의 물길이 그곳에서부터 흘러나가는 곳, 문득 생각해보니 두물머리는 결혼생활의 상징 같기도 했습니다. 함께이면서 동시에 따로 성장해나가는 공간.
‘꽃씨 뿌리는 마을’이라는 예쁜 이름에 걸 맞는 예쁜 펜션에 짐을 풀어놓고 참가자들을 기다리면서, 남편과 헤어지기 전에 점심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후미진 곳에 자리 잡은, 큰 창으로 내다보이는 뜰이 평화로워 보이는 한정식 집에서, 조용하게 떨어지는 낙숫물을 바라보며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지난 15년 동안 결혼생활을 통해서 어떤 변화가 있었지?”
“집이 생겼구나. ^^ 두 아이들이 생겼고.”
“또 뭐가 변했지?”
“아! 무엇보다 우리들이 변했구나.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우리들이네.”
“그래. 우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구나. 15년 동안 당신이 나에게 준 모든 것에 감사해.”
“뭘 줬지?”
“다 줬지. ^^ 서로를 통해서 배운 거지. 부부만큼 자기와 다른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경험할 수 있는 관계가 또 있을까?”
식사를 마치고 더 따뜻해진 손을 잡고 식당을 나왔습니다. 아직도 내리고 있는 늦가을의 차가운 빗방울을 한 우산 속에서 피하며 잠시 걸었습니다. 문득 결혼에 대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삶에서 서로 배울 것이 있는 사람들이 가족이 되거나 부부가 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지난 15년간 우리는 서로 많이 배웠고 지금도 배우고 있습니다. 사랑, 존중, 배려, 나눔, 감사, 축복, 자극, 지지, 수용, 헌신 등과 같은 것들, 그리고 그 외의 서로의 특성과 재능들을 배웠습니다.
나는 집안이 좀 어지러워도 스트레스 받지 않는 것을 배웠고, 남편은 좀 더 깔끔해졌습니다. 나는 좀 더 감정과 거리를 두는 것을 배웠고 남편은 감정을 더 느끼는 것을 배웠습니다. 나는 컨설팅에 대해서 더 배우게 되었고, 남편은 영성 프로그램들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나는 남편이 읽는 책들, 남편이 만나는 사람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남편은 내가 읽는 책들,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서로가 일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방식을 배웠습니다.
15년 일상의 수많은 사건과 대화 속에서 한 존재가 나와 얼마나 다른가를 배웠습니다. 그 다름을 수용하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해주고 서로의 아름다운 부분들을 지지해주며 함께 성장했습니다. 우리를 통해서 이 세상에 온 귀한 두 생명의 부모가 되고, 한 가정의 책임자가 되며, 그렇게 어른이 되었습니다. 한 사람에게 온전히 나를 열고 온전히 한 사람을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서 나와 다른 타인들에게도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마음의 밭을 일구게 되었습니다.
이 많은 것을 배우게 한 부부, 참 소중하고 감사한 인연입니다. 나는 결혼 15년 동안 그것을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