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109호: 나 지금 잘 하고 있는 건가요?
HIT 919 / 정은실 / 2009-11-01
K! 이른 아침 만난 그대와 점심까지 먹고 헤어진 다음에 2시간쯤 흘렀을까요. 문득 그대의 질문 하나가 내 안에 다시 살아났습니다. “선생님, 저 지금 잘 하고 있는 건가요?” 사실 그대가 나에게 한 질문은, “선생님이 보시기에는 제가 어떤가요? 지금 제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였지요. 그런데 나는 그 ‘겉 질문’ 속에서 “나 지금 잘 하고 있는 건가요?”하는 ‘속 질문’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좀 더 긴대답을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대의 질문은 나에게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대 같은 흔들리는 30대를 보내며 나 역시 많은 분들에게 질문했거나 질문하고 싶어 했던 것이었어요. 그대와도 이야기 나누었듯이, 그 질문은 답보다 답을 찾는 과정이 더 중요해요. 특히 그 과정에서 스스로 이미 자기 안에 있는 답을 찾아갈 때 우리를 성장을 하게 됩니다.
또 한 가지, 그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K 자신의 마음을 깊게 바라보세요. 나는 그대의 질문 속에서 타인으로부터 확인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보았어요. 외부의 인정을 구하는 그런 마음 이면에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신뢰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어요. 또 혹시나 하는 불안과 조급함도 있어요. 제대로 가고 있음에도 두리번거리고 멈춰 서서 길을 묻는 초행길의 나그네처럼 말이지요. 혹시 길을 잘못 들었다면 돌아서서 다시 가도 되는데, 실패 없이 한달음에 가고 싶은 그런 조급함을 가진 나그네. 아마도 그는 길가에 핀 꽃 한 송이에 마음을 머무르게 할 여유를 갖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K.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러한 마음에 들어 있는 긍정적인 의도를 읽는 것이랍니다. 자신을 더 성장시키고자 하는 것, 더 큰 확신을 가지고 앞으로 힘 있게 나아가게 하는 것, 혼란으로부터 벗어나서 평온해지고 싶은 것, ...... K, 그 질문을 한 그대 마음의 긍정적인 의도는 무엇인가요?
나도 아직 어떤 영적 스승들을 만나면 여전히 질문하고 싶어져요. 심안을 가진 그들로부터 내 안의 성장을 확인 받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답니다. 다만 나에게 생긴 작은 변화와 성장의 징후 가운데 하나는, 이제는 그 답을 받으려고 하기보다, 그런 질문을 하고 싶어지는 내 마음을 지켜보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K. 그대는 평온해지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평온함은 밖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그대 안에 이미 고요하고 깊은 세계가 있어요. 오늘 나와 나눈 어떤 이야기도 그대 안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보다 더 큰 힘을 가질 수 없답니다. 오늘 나의 어떤 이야기가 그대 가슴에 남았다면 그것은 내 이야기가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대 안에 이미 있던 그 어떤 것과 감응이 일어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K. 그대가 듣고 싶어 하던 답을 해주지 못해 미안해요. 나는 답보다 답을 찾는 과정을 선물하고 싶었어요. 맑은 눈동자로 질문하던 그대 모습을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이 가을, 그 질문을 가슴에 안으시기 바랍니다. 알려드린 매일의 연습을 계속하다보면 그대 안에서 답이 올라올 것입니다. 그 여정 중에 나의 질문이 그대에게 다시 필요하게 된다면, 또 뵙지요. 그대에게 감사와 사랑과 축복을 보내드립니다.
2009. 가을비 내리는 시월 마지막 날에. 여주(麗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