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108호: 배움
HIT 914 / 정은실 / 2009-10-26
아침에 친구와 긴 통화를 했습니다.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 중인 친구는 지난주에 실험을 끝냈습니다. 그런데, 실험결과가 예상과 다르게 나와서 매우 실망하고 있었습니다. 이 결과로는 논문을 마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좌절감, 실험 과정에서 받았던 좋은 예감과 다른 결과를 보며 생긴 당황스러움,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믿고 있는 것들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혼란스러움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한참 마음속의 이야기를 털어놓던 친구가 훨씬 밝아진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들어줘서 고마워요. 말을 하다 보니 정리가 되네요. 생각을 정리해보고 실험을 여러 번에 걸쳐서 계속 해봐야겠어요. 왜 이런 현상이 나왔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친구는 좌절감과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가닥을 잡은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에게 “비록 이번 논문을 계획대로 마치지 못할지 모르지만, 그래서 앞으로 실험을 거듭하게 되겠네요. 분명 더 의미 있는 결과를 얻게 될 거예요. 축하해요.”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와 통화를 끝낸 후에, 바로 어제 나에게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어제, 얼마 전 3일간의 사내강사양성 과정을 진행했던 회사에서 추수모임을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그 과정을 수강한 후에 교안을 만들어서 곧 시작할 사내강의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살펴본 참가자들의 결과물은 개인차가 컸습니다. 내가 강의한 내용 이상의 결과물을 낸 분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미안하기도 하고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다음에 수행할 ‘사내강사양성 과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귀한 아이디어들을 얻어서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3일간의 사내강사양성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잘 진행되었고, 마치면서 참가자들의 평가도 좋았기 때문에 나는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안도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어제 추수모임이 없었다면 나는 다음에도 그 강의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했을 것입니다. 친구도 이번 실험결과가 좋았다면, 스스로 자신의 연구에 대해서 만족하며 논문을 마무리 짓고 학위를 받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결과가 혼란스럽게 나옴으로 인해서 그 혼란스러움을 명료하게 하기 위한 더 큰 시도를 하기로 결심하게 되었고, 그 시도로 인해 더 신뢰할만한 결과와 통찰을 얻게 될 것입니다.
어떤 일도 그것을 완전히 끝내는 시점까지는 실패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모든 시행착오들은 더 큰 성장으로 가는 과정 중의 ‘배움’일 뿐입니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 전의 그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고 ‘안 되는 방법을 배운 것’이라고 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대는 오늘 하루의 삶에서 무엇을 배웠나요? 그대는 당신의 온 생애를 통하여 무엇을 배우고자 하나요? 그 과정에서 혹시 나의 친구처럼 어떤 ‘쉽지 않은 경험’을 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그 ‘쉽지 않은 경험’에 감사를 보내보면 어떨까요? 그 경험은 분명 더 큰 배움으로 당신을 성장시키고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