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102호: 목요일에 만난 세 표정
HIT 929 / 정은실 / 2009-08-15
표정 #1
목요일 아침,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 한 어린아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뛰지는 않고 줄넘기 줄만 빙빙 돌리고 있습니다. 잠이 덜 깬 시무룩한 표정을 보니,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고 오라는 엄마 잔소리를 듣고 나왔음에 분명합니다. 잠시 후 아이가 들어가서 엄마에게 뭐라고 말할까, 우리 아이들의 가끔 거짓말하는 것이 뻔히 보이는 표정이 떠올라서 혼자 웃습니다.
표정 #2
목요일은 방학동안 늦잠꾸러기가 된 아이가 일찍 일어나는 날입니다. 오늘도 딱 한 마디에 정말 ‘벌떡’ 일어납니다. ‘서웅, 축구하러 갈 시간!’ 컴퓨터 게임만큼 좋아하는 축구를 하려고 아이는 달게 아침을 먹고 뛰어나갑니다. 2시간 후, 아이가 빨개진 얼굴로 땀 냄새를 폴폴 풍기며 들어옵니다. 아이의 표정이 한여름의 더위가 무색하게 생생합니다.
표정 #3
새로 정리가 필요한 주제의 강의를 엉겁결에 맡아 준비하느라 며칠 잠을 설친 남편이 집을 나섭니다. 피곤해서 눈이 충혈이 되었는데도 표정이 살아 있습니다. 복잡한 내용을 스스로 잘 정리한 안정감과 강의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합니다. 늦은 오후, 강의를 마치고 온 남편의 표정이 고요하면서도 싱그럽습니다. ‘역량 강의를 이렇게 하는 것은 처음 들었대. 왜 책을 써보지 않냐, 그러더라.’ 노동이 맺은 달콤한 결실이 가득한 표정입니다.
나는 자주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합니다. 프레젠테이션 강의와 코칭을 오래 하다가 생긴 버릇 중의 하나입니다. 신호대기로 잠시 정차 중일 때, TV를 볼 때, 강연을 들을 때, 강의를 할 때, 처음으로 누군가를 만날 때, 자주 사람들의 표정을 깊게 들여다봅니다. 예외도 있지만, 대개는 내면의 상태가 고스란히 표정에 드러납니다. 억지로 표정을 연출할 수는 있지만, 억지로 만든 슬픈 표정은 깊지가 않고, 일부러 만든 미소는 따뜻하지가 않습니다.
강의 중에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저는 원래 표정이 어두운데 어떻게 밝게 하지요?” 나는 그들에게 입 꼬리를 올려보라거나 가슴을 펴보라는 주문을 하기 전에 먼저 질문을 합니다. “00씨가 좋아하는 것을 말해보실래요?” 그 대답을 들어보면 그것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첫 아이이기도 하고, 취미이기도 하고, 꿈꾸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들에게 그것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표정이 환해지곤 합니다. 그때 나는 말합니다. “표정이 원래 어둡다고 하셨나요? 지금 자기 표정이 얼마나 밝은지 아세요? 지금 느낌이 어떤가요? 그 느낌을 기억하세요. 그런 느낌을 일상에서 자주 살려내면 표정이 밝아진답니다.”
원래 어두운 표정은 없습니다. 마음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 표정입니다. 기분 좋은 표정은 대인관계에 도움이 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내가 볼 때 표정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내적상태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는 것입니다.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표정은 그 무엇보다 정직하게 우리의 내면상태를 보여줍니다. ‘괜찮아.’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표정이 슬프다면, 우리는 괜찮은 것이 아니라 슬픈 것입니다.
지금 거울을 보세요. 당신의 표정이 어떤가요? 그리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정기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과, 하루를 마치며 잠자리에 드는 밤에, 잠시 몇 초간 모든 것을 멈추고 거울 속의 당신 표정과 고요히 만나보세요. 가장 정직한 당신의 표정과 마주하는 그 몇 초의 시간이 당신의 표정을 가장 당신답게, 가장 아름다운 본래의 당신 모습 그대로 환하게 가꾸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