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개발연구소 로고

Ignite You & Your People 제99호: 아주 특별한 대화

HIT 875 / 정은실 / 2009-07-06


참여 중인 어떤 수련과정에서 2주일 전에 과제를 받았습니다. 한 사람과 대화를 하고 그 대화록을 제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2주일 동안 만났던 사람들은 많았지만, 과제 때문에 누군가와 의도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 불편해서계속 미루다가 과제 마감일인 지난 주말에 아이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같은 지붕 아래 있어도 아이들과 1대 1로 긴 시간 대화를 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닙니다. 먼저 초등학교 4학년인 작은 아이와 대화를 시작하며 상황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엄마 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그것을 적어서 선생님에게 제출해야 돼. 엄마가 어떻게 말을 하는지, 엄마와 말을 하는 사람은 어떻게 말을 하는지를 보려고 하는 거야. 너는 그냥 편안하게 평소처럼 말하면 돼. 엄마가 나중에 다 기억을 못하니까 촬영을 좀 할 거야. 괜찮지?’ 아이는 처음에는 카메라를 의식하며 쑥스러워했지만 금방 대화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과제 때문에 시작했다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나를 몰입시켰고 아이와 깊게 소통한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는 아이가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어떤 놀이를 하며 노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언제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지, 지금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어떤 모습의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가를 더 명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커졌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너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 3개를 찾아보겠니?’라는 쉽지 않은 질문을 받고는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더니 ‘장난꾸러기, 활기찬, 잘 웃는’이라는 단어는 찾아내었습니다. ‘네가 바라는 네 모습은 뭐니?’라는 질문에는 ‘공부 잘하는, 재미있는, 운동 잘하는’이라는 단어들을 찾아내고는 현재의 자기 모습에 90점을 매겼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자존감이 높지 않았던 아이가 긍정적인 단어들로 자신을 설명하고, 현재의 자기 모습에 90점을 매긴 것은 참 의미 있는 변화였습니다. 그리고 대답만 하지 않고 ‘엄마는 언제 자기가 자랑스러워요?’라고 같은 질문을 엄마에게 던질 줄도 알고 엄마의 짧지 않은 대답을 고개 끄덕이며 경청할 줄도 알았습니다. 자신의 마음과 가족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읽는 힘이 커져 있었습니다.

우리의 대화 후에 진행된 큰 아이와 아빠와의 대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 큰 아이도 키만 나만큼 자란 것이 아니라 마음도 훌쩍 자라있었습니다. 삶에 대한 가치가 형성되고 있었고 미래에 대한 건강한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현재의 자기 모습에는 95점이라는 점수를 매기기에 왜 5점을 깎았는지를 물어보니 자기에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말했습니다. 1시간 남짓 진행된 긴 대화 동안에도 지치지 않고 아빠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또렷하고 거침없이 표현하는 아이를 보며, 아이가 자기 안에 내재된 성장의 시계에 따라 잘 자라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동안 아이의 생활 속의 모습을 보며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아이의 실제 내면세계는 더 풍요롭고 더 탄탄해져있었습니다.

그간 일상에서 자주 아이들과 대화를 해왔지만 깊은 대화는 심해의 보석을 건져 올리는 것처럼 아이들의 내면의 세계를 만나게 했습니다. 앞으로도 1년에 한 번은 아이들과 이런 진지한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지고, 가능하면 그 장면을 촬영을 하여 남겨둘까 합니다. 아마도 그 화면 속에는 아이들의 커가는 몸과 마음이 함께 보일 것입니다. 부모로서의 우리의 성장모습도 담길 것입니다. 아이들과 우리의 소통의 깊이도 보이겠지요. 아! 끊임없이 변화하며 성장해가는 것은, 7월의 저 싱그러운 나무들과 깊은 숲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아이들도 그렇게 변화해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이름 비번
스팸방지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