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98호: 2쇄
HIT 945 / 정은실 / 2009-06-25
지난 12월에 우리들의 첫 책을 낸 한언출판사의 담당자로부터 며칠 전 반가운 전화를 받았습니다. 2쇄 발주를 하려고 하는데 오탈자 등을 수정할 부분이 없느냐는 전화였습니다. 불과 3개월 전에 예상을 했을 때에도 연말 정도는 되어야 2쇄 발주가 될 것 같다고 했는데, 꾸준히 찾아주시는 독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나 봅니다. 뜨거웠던 작년 여름에 책을 쓰면서 꿈꿨던 것처럼 빠른 반응을 얻어내지는 못했지만, 1쇄에서 절판되는 책들도 많이 있는데 2쇄 발주가 예상보다 빨리 되었으니 참 반갑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인가에 큰 애정을 가지면, 그것이 사물이라고 하더라도 사물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됩니다. 우리들에게 ‘첫 책’이 그랬습니다. 큰 서점에 가면 꼭 한 번씩 찾아보고, 책꽂이 가장 구석에 꽂혀 있으면 중간쯤에 눈에 잘 보이도록 위치를 바꿔놓고 오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참관수업을 가면 내 아이의 모습이 유독 눈에 들어오고 여려 보이는 것같이, ‘어린 책’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이 그렇게 짠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마음을 내려놓고 다음 책을 준비 중이지만, 초기 2-3개월 동안에는 어린 자식을 멀리서 바라보는 부모 마음 같았습니다.
왜 그렇게 ‘첫 책’이 우리들에게 큰 의미였을까를 생각해봅니다. 무엇보다 우리들에게 그 책은 잘 키운 생각의 나무였습니다. 20여년 가까이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며 강의를 해오던 주제가 무르익은 결과물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진화했던 해당 주제에 대한 생각들의 총합이었습니다. 강의 초기에는 우리 자신도 몰랐던 상호 관계 속의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깊은 통찰들과 효과적인 도구들이 진화한 결과물이 그 책 한 권에 정리가 되었습니다.
또한 그 책은 우리가 처음으로 세상에 낸 힘 있는 목소리였습니다. 그간 해왔던 강의나 코칭, 컨설팅 또한 세상에 내 목소리를 내는 일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책은 변경할 수 없는 문자로 우리의 생각이 전달이 되는 것이라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강의 슬라이드나 보고 자료로 남는 것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었습니다. 생각이 많고 행동이 더디고 지식에 대한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우리들이 활자화된 생각 꾸러미를 세상에 풀기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의 첫 책은 단지 책이 아니라 우리 성장의 한 과정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 책은 비즈니스 분야 작가로서 우리가 가진 씨앗을 발견하는 계기였습니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선망하지만,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책을 만들 것인가를 포지셔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쓰고 싶은 주제를, 적어도 종이가 아깝지 않은 수준의 가치를 담아서 쓰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잘 다룰 수 있는 주제를 우리 방식으로 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이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내적으로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영감을 주는 책이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첫 책을 쓰면서 우리는 우리 안에 이미 있었던 아주 건강한 씨앗을, 그것도 여러 개를 기쁘게 발견했습니다.
출판사의 2쇄 발주 알림 전화가 나로 하여금, 이제 7개월이 된 우리의 첫 책이 가진 의미를 돌이켜보게 했습니다. 몇 년 후 개정판을 내게 된다면, 이 책이 어떻게 성장해있을까 궁금합니다.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그 책은 딱 우리 내면이 성장한 만큼 성장해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과 사람과 우리 자신을 경험하고 알아차린 만큼 깊고 다채로워져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