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93호: 너는 지금 어떤 현실을 창조하고 있니?
HIT 941 / 정은실 / 2009-04-25
요즘 대학에 출강도 하다 보니 20대의 젊은 학생들을 많이 만납니다. 전공과목이라서 대부분 전공이 같고 나이도 비슷한 그들이지만 수업참여모습을 보면 한 명도 같은 이들이 없을 정도로 서로 다릅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큰 공통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불확실함에 대한 불안입니다. 나이든 이들은 그들의 젊음을 부러워하지만 그들에게 자신의 젊음은 누구나 가진 평범한 것일 뿐,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 없고 기반도 없는 불안한 시점일 뿐입니다.
몇 주 전, 강의가 끝난 후에 만남을 요청하는 4학년 여학생과 한참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눈이 부신 스물여섯 살 젊음의 그녀는 동기들보다 두세 살이 많은 자기 나이를 불안해했습니다. 사회에 진출한다면 잘 할 수 있을까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진학을 한다면 어느 대학원을 선택해야 하나 하는 혼란도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겪은 아픔이 있었고, 집안형편이 어려워져서 유학의 꿈을 접고 귀국을 해야 했던 좌절도 있었고, 진학을 하게 되면 스스로 학비를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그녀는 1년 반 동안의 해외어학연수기간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돌아와서 ‘영어가 필요하면 저를 찾아주세요.’라고 할 만큼 자신 있는 영어실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그 또래들과 달리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불살라가며’ 열심히 일하고 싶어 하는 열정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알 수 없는 불안으로 조급했던 나의 이십대와 삼십대 초반이 떠올랐습니다. 늘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심, 타인의 확인을 구하는 마음, 그래서 늘 뭔가를 하고 있으면서도 평온하지 못했던 그때가 떠올랐습니다. 그때 나는 내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더 마음을 뺏기곤 했습니다. 나의 근원으로 깊게 뿌리를 뻗어 스스로 물과 양분을 길어 올리지 못했습니다. 세상과 나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여 그 어디와도 깊게 연결되지 못하여 자주 흔들리곤 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말해주었습니다. 조급해하지 말라고. 조급함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시키라고. 스물여섯 살이라는 나이도 다시 들여다보라 권했습니다. 모든 힘을 다하여 공부한 1년 반의 시간이 그 나이에 녹아들어 있다, 그것은 뒤처진 시간이 아니라 귀한 경험을 한 시간이다, 공부는 대학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말해주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르쳐주는 학교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대학원이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공부는 자기가 찾아서 해야 한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봐라, 그에게 어떤 공부나 경험이 필요한가를 물어보아라, 그런 사람을 찾지 못한다면, 자신만을 위한 최적의 중장기 학습계획을 만들어보아라, 나이가 많으니 이제 곧 결혼도 해야 하는데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동시에 일을 하기는 힘들어질 현실을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다음과 같은 말도 해주었습니다. 여성에게 결혼도 출산도 육아도 더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그것들이 장애인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장애로 여기는 것이 장애다.
‘만약 지금보다 10년이 더 젊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하면 사람들은 많은 것을 새롭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스물여섯 살에게도 마흔여섯 살에게도 예순여섯 살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나이는 10년 후의 내가 본다면 너무도 젊은 나이로 인식될 것임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지금 자신의 나이’가 무엇인가를 하기에는 많다고 늘 생각하는 것일까요?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어려움을 말해보세요. 그것들로부터 무엇을 배웠나요?’라는 질문을 하고 대화를 하다보면 사람들은 비록 그때는 어려웠으나 그것이 자기 삶에 도움이 되었음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런데 왜 미래의 삶에서 예견되는 장애들 앞에서 우리는 늘 움츠려드는 것일까요? 그것들로 인해서 우리 삶은 더 풍요로워질 수 있는데 말입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그녀에게 짧은 시간 동안 못다 했던 말들이 떠오릅니다. 그녀에게 다음 이야기를 해주면서 혼란조차도 아름다운 그 젊음과 답을 찾아가는 열정에 응원을 보냅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세상이 아니라, 너의 세상을 만들며 살아가라. 세상이 만들어놓은 직업이 아니라 너의 직업을 만들어가며 살아가라. 모든 현실은 자신이 그것을 현실이라고 믿을 때 현실이 될 뿐이다. 너는 지금 어떤 현실을 창조하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