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89호: 이직이야기5- 낯섦을 창의성의 원천으로 활용?
HIT 1079 / 최학수 / 2009-03-13
몇 해 전 파리 시내를 천천히 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가만히 보니 좁은 차도와 상대적으로 넓은 인도가 보였습니다. 차도에는 소형차와 경차가 많았고 자전거도 제법 있었습니다. 어느 길은 아스팔트가 아니라 돌로 포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풍경들을 보다가, 길의 중심이 차가 아니고 사람이구나, 체면보다 실용성을 중시하는구나, 안락한 승차감보다 더 중시하는 뭔가가 있는 구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파리의 겉모습 속에는 내가 모르는 그들의 사고방식, 법규와 시스템, 지리와 역사 등이 자리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늘 그곳에 있는 그들에게는 평범한 것이었을 텐데, 서울의 도시풍경에 익숙한 나에게는 신선한 풍경이었습니다.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게 보고 즐기는 것, 그것은 이방의 여행자가 가지는 특권입니다.
이직자가 새로운 조직에 완전히 적응하기 전 거치게 되는 과도기 동안의 모습은, 낯선 곳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은 여행자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호기심이 많은 여행자가 여행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는 것처럼, 이직자가 과도기를 잘 보내며 조직에 적응하는 방법은 ‘호기심을 가지고 배우는 것’입니다.
그것은 처음 온 여행지에서 그러하듯 조직을 탐험하는 것입니다. 이직자와 여행자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보고 즐기는 데서 끝나지 않고 성과를 창출한다는 것입니다. 팀 회의에서 늘 팀장이 말하고 팀원은 듣기만한다면 그 조직의 의사소통은 생각의 나눔이기보다는 일방적 지시와 전달일 것입니다. 고객을 방문하기 보다는 불러 모으기만 한다면 ‘고객 중심’이라는 액자 속의 글자는 장식일 것입니다. 관리자가 직원들을 꽉 짜진 틀로 획일적으로 평가하게 한다면 책임과 자율을 강조하는 리더십은 유명무실한 것입니다.
유능한 이직자는 내부인들은 무감각하거나 알더라도 문제로 여기지 않는 이러한 모습들을 놓치지 않습니다. 예민하게 관찰하고 정확하게 기록해둡니다. 그 속에서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들을 얻습니다.
관찰 기록된 사실과 아이디어가 곧바로 업무 과제 및 성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둘을 연결하는 고리가 필요합니다. 그 고리는 바로 조직의 비전, 경영목표, 전략, 핵심 가치 등입니다. 예컨대, 당신이 들어가 보니, 회사의 보고서가 자료 양이 많고 세세하고 화려하게 작성되었으며 게다가 경영진 보고 자료는 주요 단어가 모두 한자로 표기되었다고 합시다. 당신은 아마 즉시, 보고서를 3장 이내로 줄이고 불필요한 장식을 없애며 한자 전환을 하지 말자고 제안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기존 직원들은 나름의 이유들 즉 철저한 준비와 예의를 중시하는 보수적 조직문화, 작은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 최고 경영자의 한자 선호 등을 들며 난색을 표할 것입니다. 이 때, 당신의 제안이 비난이나 감정적 논쟁으로 흐르지 않도록 경영의 큰 틀에서 논거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 경영진이 강조하고 있는 신속하고 혁신적인 변화와 실행, 그리고 운영의 효율성이라는 경영 방침과 연결하여 주장을 편다면 좀 더 강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보고서에 관한 단순한 관찰 사실이 생산적인 문제제기로 전환이 되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회의 진행, 고객 접촉, 평가 관행 등도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팀의 업무 과제나 이슈로 전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직자의 낯섦은 긴장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낯섦은 또한 기존의 내부자들이 보지 못하는 새로운 것을 보게 합니다. 그 익숙치 않은 환경이, 호기심을 갖고 남과 다르게 생각하게 함으로써, 창의적 성과를 만들어 내는 토양이 됩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하는 조직은 바로 그러한 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이직의 혼란과 긴장이 잠재워지지 않은 이가 있다면 이 메시지를 전해주십시오. “지금 당신이 경험하는 그 낯섦이 곧 당신의 성과를 일구어줄 자원입니다. 쉽게 순응하지 말고 낯섦과 함께 하십시오. 낯선 도시에 도착한 이방인처럼. 이제까지 당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느 누구도 100% 다 알지는 못하는 그곳에서 당신 안에 잠자고 있던 또 다른 당신의 모습을 깨워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