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83호: 이직이야기 2- 거리를 두고 자신과 조직을 바?
HIT 1074 / 최학수 / 2009-01-29
오늘 ‘이직 이야기 2’에서는 이직목적에 비추어 자신과 조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객관적 평가는 올바른 이직 의사결정에서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개인의 인식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주관적이고, 그 대상이 자신과 관련된 것이 될 때에는 객관적이 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직과 관련하여 자신과 조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거리두기’의 방법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즉,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자기 밖으로 나와서 자기와 거리를 두고 타인을 바라보듯 자신을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거리두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거리두기를 하면서 평가해야 할 요소들은 무엇일까요? 나는 ‘거리두기’의 방법으로 글쓰기, 신뢰하는 사람과 대화하기, 전문가의 조언 구하기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앞의 두 가지 방법에서는 이직의 목적을 염두에 두고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해보는 것이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성공적인 이직에 필요한 요건들은 무엇이며 나는 그 각각에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현 조직과 새 조직은 각각 나의 경력에 어떤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새 조직은 나의 역량, 가치, 일하는 방식과 얼마나 잘 맞는가,’ ‘새 조직에서 맡을 역할, 책임 그리고 권한으로 내게 기대되는 성과를 만들 수 있는가.’
글은 생각을 촘촘하게 들여다보는 데에 도움이 되고, 타인과 대화를 나누어보는 것은 자기가 미처 보지 못한 관점을 살펴볼 수 있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이 두 가지 방법에 더하여 제3자의 눈으로 더 객관적인 정보를 얻게 해주는 것이 바로 전문가의 조언입니다. 경력직의 경우는 Search firm(헤드헌팅업체)을 통해 이직이 이뤄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역량 있는 Search firm은 구직자와 구인자를 알선하는 기능을 넘어서서 심도 있는 인터뷰를 통해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하고 경력과 이직에 관한 자문을 제공해줍니다. 이들을 잘 활용하면 원하는 분야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로 평가되는지, 자기가 생각한 조직이 그 분야에서 어떤 입지를 가진 곳인지에 대한 비교적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단, 객관적 정보를 구비하고 구직자의 입장에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Search firm을 잘 찾아야 합니다.
가장 평가가 어려운 것은 새 조직에 대한 것입니다. Search firm이나 인적 네트웍을 통하더라도 외부에서 구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정보는 면접과정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면접절차, 진행방법, 사무실과 직원들의 분위기, 질문의 내용 및 수준 등은 그 조직과 그 조직의 사람들에 관해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예를 들면, 사전 양해 없이 지원자를 장시간 대기하게 하거나, 지원 서류를 잘 살펴보면 알만한 것을 묻거나, 직원들의 얼굴에 활력이 없다면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거리두기’의 방법들을 적용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은 ‘이상화’입니다. 옮기고 싶다는 욕구로 인하여, 또 여기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으로 인하여, 새로운 조직과 자기 자신을 이상화하기 쉽습니다. 이를테면, ‘새 상사는 예전 상사와 다르게 유능하고 합리적일 것이다’, ‘새 조직에서는 열심히 하기만 한다면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환경만 바뀐다면, 나는 최상의 성과를 낼 것이다’ 등의 장밋빛 기대를 하는 것입니다.
근거 없는 이상화는 합리적 결정을 방해합니다. ‘새 조직의 상사도 나와 맞지 않을 수 있고, 어느 조직이건 유능하지 않은 관리자가 있기 마련이다’, ‘새 조직에서는 나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 한다’, ‘나의 역량이 환경이 바뀐다고 해서 바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와 같은 기대가 합리적일 것입니다.
이직을 고민하는 과정은 자기와 조직을 다양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 과정을 잘 진행하지 못하면 성급한 판단으로 경력에 오점을 남기게 됩니다. 반면 잘 그 과정을 잘 진행하면 자신에게 잘 맞는 조직과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혹은 현 조직의 가능성을 재발견하고 지금 이곳에서 새롭게 도전하며 승부해야 할 때임을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서 살펴본 이직 의사결정의 과정은 이직자 개인만이 아니라 조직의 인사 담당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조직은 많은 시간과 정성을 퇴직자 혹은 구직자와 만나는 데에 기울여서, 퇴직자나 구직자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자신과 조직 평가 과정을 거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 과정은 인재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인재를 확보하거나, 인재를 중시하는 조직의 이미지를 구축하거나, 인재유지 및 확보에 필요한 정보를 구하는 귀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다음 85호 칼럼에서는 이직 후의 적응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