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81호: 이직이야기 1- 이직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
HIT 1064 / 최학수 / 2009-01-15
‘이직’이란 말을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한 번쯤 이직을 생각해보지 않은 직장인은 없습니다. 요즘 같은 불황에도 자발적인 이직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이직’은 역량 있는 경력자를 뽑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오래 투자를 해서 키워낸 인재를 잃는 위기가 되기도 합니다. 개인 입장에서 ‘이직’은, 경력 업그레이드의 도약이 될 수도 있고, 정체와 퇴보의 골짜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는 16년간의 직업생활(기간으로만 본다면, 달인의 조건을 갖췄군요.) 동안 4번의 이직을 경험했습니다. 나는 ‘이직’이라는 이슈를,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이직과 이직 후의 적응으로 고민하는 후배들을 위해서, 또 인재의 육성과 보유에 관심이 많은 조직을 위해서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한 회의 칼럼으로 정리할 수 있는 분량을 넘어서기 때문에 이번 81호 칼럼부터 여러 회에 나누어서 ‘이직’이라는 이슈를 다루어보겠습니다. 개인의 성공적인 ‘이직 결정’과 성공적인 ‘이직 후 적응’에 관련된 문제들을 하나씩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이 내용이 개인에게는 이직결정과 적응에 도움이 되면 좋겠고, 조직에게는 이직자 관리나 인재보유 정책에 참조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직 결정’ 시에 가장 중요한 이슈인 ‘이직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나의 지난 이직경험을 돌이켜 보니, 보상이나 직위 상승 등의 공통된 고려요소 외에 이직 시마다 분명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경력을 한 단계 높이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교두보를 확보하겠다,’ ‘전문성을 인사 일반이 아닌 역량(Competency)과 측정(Assessment) 분야에 특화하겠다,’ ‘컨설턴트로 쌓은 전문지식과 경험을 기업 내부에서 현장에 적용해보겠다,’ 등이 이직의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것들은 사실 퇴직면담 시에 상사와 인사담당자에게 말했던, 즉 그간의 고민들을 듣기 좋게 정제시킨 퇴직의 변이었으나, 다른 한편에는 나 자신도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진짜 이직 이유들이 있었습니다. ‘더 이상 우리 회사의 인사업무에서는 비전이 없다,’ ‘사내 정치가 싫다,’ ‘전문가인 척하는 컨설턴트라는 직무에 회의가 든다,’ ‘상사 혹은 조직 문화가 나에게 맞지 않는다’ 등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후에 보니, 당시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더 깊은 이직의 목적이 있었습니다. 내 안에는 ‘더 자유롭게 일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습니다.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 아래에도, 나의 한 분야를 특화하고 싶은 마음 아래에도, 내가 가진 것을 현장에 적용하고 싶은 마음 아래에도, 현 조직에 대한 불만 아래에도, 나에게 맞는 곳에서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일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고 싶은 욕구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인사담당자로서 퇴직면담을 2년 정도 담당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내가 면담을 했던 한 직원은 입사해서 2년 정도를 근무하다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고는 고등학교 교사가 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퇴직 후 몇 달이 지나서 회사에 인사차 들렸던 그의 모습은 참 편안하고 밝아 보였습니다. 또 한 직원은 당시 유망한 직종이었던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었는데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승진을 해가야 하는 압박감 하에서 일하기보다는 ‘주어진 일은 충실히 수행하되 안정적인 환경에서 생활하고 싶다’는 자기 가치에 따라 해외에 있는 시스템 개발 회사로 옮겼습니다.
성공적인 이직 결정자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자신을 끌어당기는 분명한 목적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즉, 피상적인 조건이나 단기적인 목표를 따른다거나 현재의 조직이나 관계, 일에서의 갈등을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가치나 소명을 발견하고 그에 연결된 경력목표를 향해 이직을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가치와 소명은 한 번에 쉽게 발견되는 것이 아니지만, 그들은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현재의 일 중에서도 어떤 부분에 끌리는지, 언제 즐겁거나 보람을 느끼는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잘 탐색하고 관찰하여 자신의 길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들의 또 한 가지 특징은, 포기하고 수용할 줄 아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모든 요소들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모든 요소들이 배제된 그런 조직이나 관계나 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성공적인 이직자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가치 있는 것을 얻기 위해서, 그 외의 것들을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가치 있는 업무경험을 쌓기 위해서 대기업의 안정된 울타리를 벗어났고,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높은 금전적 보상을 포기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성공적인 이직 결정을 위한 첫 번째 요소로 ‘자신을 끌어당기는 분명한 이직 목적을 가져라’는 것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두 번째 요소인 ‘자신과 조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라’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