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78호: 책임감이라는 삶의 창(窓)
HIT 1067 / 정은실 / 2008-12-23
월요일 저녁에 지도교수님과 대학원 후배들과의 송년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후배에게 이제 몇 살이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스물여섯 살이 된다고 하는 후배에게 '좋은 나이네.' 했더니 “스물다섯 살이 될 때랑 스물여섯 살이 되는 거랑 많이 달라요.” 그랬습니다. 어떻게 다르냐고 했더니, “작년까지는 그냥 한 살 더 먹나보다 그랬는데 올해에는 책임이 느껴져요.'라고 했습니다. 후배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정확히 몇 살 때였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나도 그런 책임감을 처음 느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나이에 대한 책임감 느끼기'는 그때 이후 해마다 반복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유난히 기억에 남아있는 느낌들이 있습니다. 엄마가 주신 떡 꾸러미를 들고 이웃동네에 사셨던 어른께 심부름을 갔던 여덟 살의 책임감, 혼자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 와서 입학을 했던 열아홉 살의 책임감, 낯선 사람들만 가득한 곳에 첫 출근을 했던 스물세 살의 책임감, 처음으로 신입사원 교육을 혼자 진행했던 스물네 살의 책임감,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고 미국에 있는 여러 교육센터로 3주간이나 출장을 다녔던 스물다섯 살의 책임감, 한 남자를 만나 인생의 반려로 마음의 선택을 했던 스물일곱 살의 책임감, 가정을 이루었던 스물여덟 살 때의 책임감, 첫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던 스물아홉 살의 책임감, 승진을 하여 관리자가 되었던 서른 살의 책임감, 처음으로 큰 프로젝트를 맡아 막막했던 서른 한 살의 책임감, 회사를 그만두고 그저 내 마음의 지시를 신뢰하며 상담심리 공부를 새로 시작했던 서른다섯 살의 책임감, 내 이름으로 된 개인연구소를 오픈했던 서른여덟 살의 책임감,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시작했던 마흔 살의 책임감......
나의 삶을 들여다보는 여러 창(窓) 중의 하나는 내가 세상에 대해서 그리고 사람에 대해서 가진 ‘책임감’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책임이 넓어지거나 깊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008년에 내가 가졌던 책임감을 돌아봅니다. ‘씨앗에서 숲으로-100일간의 자기변화 프로그램’ 제2기를 운영하며 가졌던 책임감, ‘두려움 없이 말하고 글쓰기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시작하며 가졌던 책임감, 첫 책 ‘상사에게 감동하는 보고서’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가졌던 책임감, 내면의 변화에 대한 여러 특강들에서 나의 철학을 나누며 가졌던 책임감, 여러 장소에서 많은 주제로 만난 학습자들과의 시간에서 가졌던 책임감, 나날이 성장하는 내 두 아이들을 늘 새롭게 만나며 가졌던 책임감......
2009년을 맞이하는 나는 어떤 책임을 느끼고 있는가를 생각해봅니다.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올라옵니다. 그래도 과거의 힘들었던 어느 때만큼 ‘책임’이라는 것이 무겁게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일어납니다. 나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은 내가 그 상황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진 자원들로 세상에 그리고 사람에 더 많은 것을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책임’이 커간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점점 무거워져가는 책임을 지고도 조금씩 더 편안해질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더 성숙해져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아! ‘책임’은 무겁고 딱딱한 것만이 아니라, 내 눈길을 모아 한 곳을 집중하여 바라보게 하는 참 맑은 ‘창(窓)’이로군요. 당신의 창(窓)으로는 지금 어떤 것들이 보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