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75호: 우리가 원하는 리더
HIT 1530 / 최학수 / 2008-12-01
몇 해 전, 성과를 중시하는 한 작은 외자계 회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 회사는 그동안 인간적인 조직문화를 가꾸어 왔고, 단기 이익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사장은 외국인이었는데 성과를 중시하는 합리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어느 날 사장은 팀의 성과가 다소 부진했던 한 팀의 리더를 불러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K씨의 성과와 역량을 검토해본 결과, 그가 조직에서 성장하고 기여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K씨가 회사를 그만두게 하십시오. 회사를 위해서도 K씨 자신을 위해서도 하루 속히 다른 일을 찾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조직의 성과와 인력은 특정한 시기가 아닌 평소에 관리하는 것입니다. 평상의 적절한 관리가 조직을 건강하게 하고 위기를 예방하게 만듭니다.”
당신이 팀장이라면 이렇게 말하는 사장 앞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겠습니까? 팀장으로서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행동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행동은 사장의 지시에 따라 K씨를 그만 두도록 하는 것입니다. 악역을 맡은 자의 고충이 있겠으나, K씨의 성과가 부진했다는 점과 당신이 사장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관리자의 위치에 있다는 점이 당신의 행동을 정당화시켜 줄 것입니다. 아랫사람들로부터 도덕적 비난을 받겠지만 사장으로부터는 관리자로서의 책임감과 충성심을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다른 대안적 행동의 하나는 사장과 협상을 하는 것입니다. K씨의 사직 대신 K씨의 급여 삭감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사직이라는 조치는 너무나 치명적이어서 K씨의 저항이 클 것이고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조직에 대한 충성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며, 그리고 K씨의 성과에 상응한 수준으로 보상을 낮춤으로서 ‘성과주의’라는 기본 원칙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설득의 논거로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미온적인 조치로 K씨의 행동이 얼마나 변화할 지,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시간만 허비하는 미봉책은 아닌 지 등을 따지면서 사장이 반론을 제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사장과 K씨의 중간 입장에서 균형을 잡고 절충적 해결을 도모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대안은 사장에게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는 것입니다. K씨의 미흡한 성과와 역량에 대한 책임이 K뿐만 아니라 K의 상사인 당신에게도 있음을 생각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입니다. “저와 K씨에게 6개월의 시간을 주십시오. 조직이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K씨와 함께 노력해보겠습니다. 6개월 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사장님의 결정을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사실 한 직원의 성과 부진은 당사자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조직의 채용에 책임이 있고, 오래되었다면 리더의 성과관리와 육성 역량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첫째 안보다는 둘째 안을, 둘째 안보다는 셋째 안을 선택하는 리더를 원합니다. 성과에 대한 합리적 판단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리더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그가 이뤄내는 성과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갖고 직원과 함께 모험을 감수하는 용기를 지닌 리더를 원합니다.
요즘 경기가 어렵습니다.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합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어떤 회사들은 움츠릴 것이고 어떤 회사들은 남들 눈치 보며 대세에 편승을 할 것입니다. 또 어떤 회사들은 이 시기를 투자의 호기로 삼기도 할 것입니다. 어떤 방법을 택하든 남들이 하니까, 혹은 위에서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이 주인이 되어 선택한 것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 그리고 용기가 배어 있길 바랍니다. 도래하는 어려움을 그런 리더들과 함께 힘을 모아 맞이하고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