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74호: 나는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HIT 1174 / 정은실 / 2008-11-23
‘나는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것은 우리 둘째 아이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의 교훈입니다. 그 교훈이 참 좋아서 아이에게 물어 본 적이 있습니다. ‘서웅아. 너는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니?’ 그랬더니 아이는 ‘아니오.’라고 했습니다. 적어도 ‘그럴 때도 있어요.’ 정도의 대답을 기대했던 나는 속으로 충격을 받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그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는 ‘난 공부도 중간 정도고 특기도 1등 하는 것은 없잖아.’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엄마가 자기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말해주었지만 아이는 ‘그건 내가 엄마 아들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잖아.’라고 하며, ‘엄마는 내가 뭘 잘한다고 생각해?’라고 거꾸로 질문을 했습니다. 아이가 가진 아름다운 점들을 말해주었지만, 아이에게는 ‘남보다 탁월하게 잘 한다고 남이 인정해주는 것이 있어야 나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다.’라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몰랐지만 그때부터 나는 ‘서웅이 자기존중감 살리기’ 프로젝트에 돌입을 했습니다. 변화와 성장이 보일 때마다 칭찬했습니다. 남보다 잘하는 것만이 잘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자기보다 더 나아진다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지를 알게 도왔습니다. 자연을 느끼고 즐기는 섬세한 마음, 엄마 기분이 어떤가를 잘 알아차리는 세심한 마음, 수시로 터지는 환하고 티 없는 웃음, 몇 달 전보다 눈에 띄게 좋아진 일기쓰기 솜씨, 어려운 수학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풀어낸 인내심 등도 얼마나 자랑스러워할만한 것인가를 알도록 도왔습니다.
그로부터 여러 달이 지난 며칠 전에 아이에게 다시 물어보았습니다. ‘서웅아, 너는 너의 어떤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니?’ 그랬더니 ‘응. 나는 색종이 접기를 잘해. 수학도 과학도 잘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아이의 종이접기 실력이나 수학 과학 실력은 비범한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남과의 비교가 아니라 자기 속의 강점들을 알아차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서웅이 자기존중감 살리기’가 잘 수행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속으로 많이 반가웠습니다.
이제 곧 청소년이 되는 아직은 어린 서웅이에게 미처 말하지 못하고 가슴에 담아둔 말이 있습니다. ‘무엇을 남보다 잘 해야만 네가 자랑스러워지는 것은 아니란다. 어제보다 오늘 네가 변화하며 성장하고, 네 마음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고, 이 세상의 한 부분을 네가 이곳에 오기 전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며 살아간다면, 너는 너를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된단다.’ 그리고 ‘너는 이미 지금도 나날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고, 너로 인하여 엄마 아빠는 날마다 행복하단다. 네가 행복해하는 모든 순간이 네가 이 세상에 줄 수 있는 큰 선물이란다.’
어제보다 성장한 오늘의 자기를 자랑스러워함은 남보다 나음을 자랑스러워하는 교만함과 다릅니다. 후자는 어느 순간에는 멈추고 정체되게 하지만, 전자는 살아있는 한 계속하여 변화하고 성장하게 하는 동인(動因)이 됩니다. 전자는 후자를 통해서는 결코 얻지 못하는 행복감을 줍니다. 나는 내 아이가 전자와 같은 자랑스러움을 누리며 매일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내 아이와 같은 세상의 모든 청소년들이 그렇게 변화하고 성장하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며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러한 청소년들이 이 세상을 건강하고 조화롭게 가꾸어갈 미래의 리더들이 될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