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73호: 창조적 실험을 앞두고
HIT 1002 / 최학수 / 2008-11-19
올 초부터 시작했던 ‘창조적으로 책 읽기’ 모임에서 최근 도전적인 일을 하나 기획하고 있습니다. 멤버들이 공동의 주제로 같이 연구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만들어내려는 것입니다. 모임이 결성된 지 1년이 되어 가는 시점에 ‘책 읽기’ 모임이 ‘책 만들기’를 하자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낸 것입니다. 지난 모임에서 우리 멤버들은 그 생각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설렘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물론 설렘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염려도 있습니다. 공동 연구와 저술이 쉬운 일이 아니고, 멤버 각자가 자신의 본업이 있고, 각자 하고 있는 일이 글쓰기나 연구가 아니며,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모임은 체계와 규율 하에 움직이는 ‘공식조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아주 특별한 실험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나는 이와 비슷한 일을 과거에 성격이 다른 두 조직에서 수행해본 적이 있습니다. 한 곳은 잘 조직화된 컨설팅 회사였고, 다른 한 곳은 몇몇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한시적 집단이었습니다. 멤버들의 개인적 역량은 후자가 더 우수했지만 일의 결과는 그 반대였습니다. 서로의 이익과 관심에 부합하여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후자에서는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발생했고, 누군가는 기대에 못 미치는 전문성을 보였고, 또 누군가는 멤버들과 마찰을 빚었습니다. 사실 그런 문제는 전자에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후자의 한시적 집단이 전자의 공식조직보다 성과를 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후자의 한시적 집단에서는 공식적 조직에 비해서 그러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했습니다. 어떻게든 수습해서 일을 진행하려고만 했지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반면 공식적 조직은 일에 장애가 발생하면 일뿐만이 아니라, 조직과 개인 목표 정합, 역할과 책임 재정립,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려는 조치들을 취했습니다. 그러한 조치들은 조직력을 강화했고 주춤했던 일의 진행을 가속화시켰습니다.
나는 위와 같은 경험들을 통해서 조직의 힘을 배웠습니다. 자유로움의 욕구가 더 컸던 나는 조직을 떠나서 독립사업자가 되었지만, 독립 후에도 여전히 조직의 힘을 느낍니다. 그리고 개인의 자발성과 창의성이 살아 숨 쉬면서도 그러한 개인들이 조직의 목적에 헌신하는 이상적인 조직을 더욱 꿈꾸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꿈이 창조적 책읽기 모임과 같은 커뮤니티를 만들게 했습니다.
창조적 책읽기 모임의 ‘함께 연구하고 함께 책 만들기’ 프로젝트가 나를 설레게 한 것은 이번 일이 이상적 조직을 향한 의미 있는 실험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실험의 과정 동안, 각자의 직업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이 공동 프로젝트에도 즐겁게 몰입할 것입니다. 새로운 창조적 조직이 갖는 특성들을 활용하며 초기의 설렘을 성과로 연결하는 노력을 해갈 것입니다. 우리는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작업이 개인과 조직이 조화를 이루며 공동의 성과를 내는 멋진 실험이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창조적인 방식으로,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하며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실험하고자 하는 지금 우리는 많이 설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