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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ite You & Your People 제70호: 당신은 어떤 목소리를 갖고 싶나요?

HIT 1177 / 정은실 / 2008-10-27

 

오늘 아침에 어려운 전화 한 통화를 했습니다. 11월에 출간이 되는 책의 추천사를 부탁드리고 싶어서 평소 존경하고 있는 선생님께 전화를 드린 것입니다. 상황을 말씀드리고 일정을 여쭈어본 후에 직접 찾아뵙겠다는 말씀을 드려야지 생각하며 어렵게 통화 버튼을 눌렀습니다.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며 지내다가 필요한 때에 연락을 드리려고 하니 스스로 마음이 불편했던 것입니다.

서너 번의 통화 연결 음이 멈추기에 인사를 하려고 말문을 여는데 저쪽에서 먼저 “그래, 은실아.”하며 부드럽고 묵직한 음성이 들립니다. 잠시 말문이 막힙니다. 이제까지 전화를 먼저 드린 적은 딱 세 번 정도인 것 같은데 내 전화번호를 저장해두셨나 봅니다. 안부를 여쭈었더니 반갑게 최근 소식을 말씀해주십니다. 곧 출간되는 책의 추천사를 부탁드리려고 한다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하십니다. 오늘 찾아뵐 수 있을지 여쭈어보았더니 선생님도 오늘 바쁘다 하시며 굳이 오려 하지 말고 원고만 빨리 보내라고 하십니다. 일정이 급해서 일단 원고만 보내드리고 며칠 후에 뵙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온통 따뜻합니다. 선생님의 부드러운 미소가 떠오르며 금방 뵙고 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선생님은 전화 목소리에만 주의를 기울이신 것이 아니라 그 목소리의 주인인 나에게 온전히 주의를 보내며 대화를 하셨나봅니다. 아마도 선생님은 가을 산과 하늘이 시원하게 내다보이는 2층 아름다운 서재에서 내 모습을 떠올리며 얼굴에 가벼운 미소를 띠고 전화를 받으셨을 것입니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오랜만에 연락해서 부탁을 드리는 죄송스러움까지 금세 녹여버렸습니다. 짧은 통화였음에도 긴 오솔길을 숲 내음 맡으며 새소리 들으며 걷고 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지난 10년간 자신의 책에 담은 메시지와 일치하는 삶을 살아가는 선생님의 모습을 통해서, 나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삶에서 일상의 힘이 무엇인지, 자유로움이 무엇인지, 자기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나의 생각을 더욱 키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최근 3년간은 사람과 소통함이 무엇인지 사람을 통해 세상에 기여함이 무엇인지를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습니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좋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지만, 선생님의 깊은 사색의 힘과 실천하는 삶의 모습과 사람에 대한 따뜻함이 고스란히 그 목소리에 담겨 있음을 오늘 새삼스레 느낍니다. 목소리는 존재의 공명판입니다. 고요함도 흔들림도, 자유로움도 긴장도, 기쁨도 슬픔도, 관심도 거리감도, 사랑도 미움도 그대로 목소리의 울림에 담겨 나옵니다.

나는 고요한 휴식 같은 목소리를 갖고 싶습니다. 맑은 울림 같은 목소리를 갖고 싶습니다. 삶의 진실함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담긴 목소리를 갖고 싶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를 갖고 싶습니다. 나 자신이 부끄러움 없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목소리를 갖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떤 목소리를 갖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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