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68호: 다르게 보기의 기쁨
HIT 1179 / 정은실 / 2008-10-13
초등학교 3학년 과학문제 하나 풀어보시겠어요?
다음 중 우리 생활에서 식물을 적절히 이용한 예로 옳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요? ( )
1) 곡식, 채소, 과일 등을 먹는다.
2) 목화와 삼으로 옷을 만들어 입는다.
3) 산삼이나 인삼 등을 장식용으로 사용한다.
4) 좋은 향을 내기 위해 허브 식물을 사용한다.
5) 아름다운 꽃과 분재 등을 통해 가족의 기분을 전환한다.
답이 몇 번일까요? 아마도 대부분의 어른들은 3번을 답으로 고를 것입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둘째 아이는 처음에는 3번이라고 썼다가 5번으로 고쳐놓았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가를 물어보았더니 “꽃을 꺾어 놓거나 식물을 분재로 해놓은 것을 보면 기분이 안 좋은데 기분 전환한다고 해서요.”라고 했습니다. 잘려버리거나 묶여져 있는 식물이 불쌍하답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그래, 네가 생각한 답도 맞구나. 엄마랑 서웅이가 서로 생각이 비슷하구나. 그런데 꽃과 분재를 보면서 기분을 전환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단다. 산삼은 비싸고 약효가 좋아서 장식용보다는 약재로 많이 쓰지.”라고 말을 해줬습니다. 사실 저도 분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들판이나 정원에 피어있는 꽃이나 나무는 참 좋아하는데 꽃병에 꽂혀있는 꽃이나 제 모습대로 자라지 못한 나무를 보면 안쓰럽습니다. 그리고 인삼을 술병에 담아서 주방에 장식용으로 올려놓은 집을 본 적이 있으니 꼭 3번을 답이라고 하기도 그렇습니다. 물론 산삼은 장식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좀 비싸다 싶지만 산삼 가격 정도가 부담스럽지 않은 어떤 사람의 집에는 장식용으로 놓여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둘째 아이가 풀어놓은 문제를 보다가, 3번만이 아니라 5번도 답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아이가 다행스러웠습니다. 아이는 현행 교육 시스템에서 100점을 받는 아이가 되지는 못할지 모르지만 삶을 더 풍요롭게 느끼고 생각하며 살겠구나 싶었습니다. 자주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서 세상을 새롭고 다르게 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며 감탄해주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정해진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자기의 정답을 찾는 마음,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을 아이에게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마음이 사람이나 사물이나 현상의 갈피갈피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이나 비밀들을 발견하고 기뻐할 줄 아는 마음으로 자라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보기, 새로운 발견을 기뻐하기. 사실 이 두 가지가 바로 요즘 기업들이 그렇게 갖고 싶어 하는 창의성의 바탕이 되는 두 요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