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개발연구소 로고

Ignite You & Your People 제62호: 가을 강은 하늘을 담는다

HIT 1529 / 정은실 / 2008-09-01


 

지난 3일간 예정에 없던 어떤 에니어그램 프로그램에 갑자기 참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이라면서 가까운 지인이 오래 전부터 여러 차례 참가를 권해왔기 때문이기도 했고, 그 분야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하다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가을앓이를 살짝 하고 있던 참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강의를 할 분을 잠시 뵌 후, 곧 알았습니다. 아, 잘 왔구나. 이틀간 필기 한 줄 하지 않으며 온전히 경청을 했습니다. 필기를 촘촘히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에게 그 프로그램은 그냥 고스란히 마음으로 느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렇게 장시간 한 대상에게 지속적으로 집중을 한 것은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분의 강의는 깊었습니다. 봄의 강처럼 희망을 느끼게도 했고, 여름 강처럼 힘차기도 했고, 가을 강처럼 고요하기도 했고, 겨울 강처럼 매섭기도 했습니다. 단지 머리와 가슴만으로 하는 강의가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녹여 빚어 올린 철학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에니어그램에 대한 강의내용들은 이미 익숙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3일간 그분 자체가 가장 많은 이야기가 담긴 교재였습니다. 완벽하지 않으나 힘 있고, 자유로우나 흐트러지지 않고, 때로 몰아치지만 사람을 다치지 않게 하는 통찰과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그분을 좀 더 있는 그대로 지켜보고 싶어서 3일 내내 개인적으로는 말 한 번 건네지 않다가, 프로그램이 종료된 후에 그분의 시집을 들고 사인을 받으러 갔습니다. 말없이 잠시 바라보시더니 ‘가을 강은 하늘을 담는다’는 글을 담아 사인을 해주시며 잘 읽어보라고 하셨습니다.

‘가을 강은 하늘을 담는다’, 그 글이 나에게 화두가 되어 남았습니다. 나는 그 분이 나를 보며 그 글을 쓴 마음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다만 그 글을 들여다보는 나의 마음이 나에게 여러 가지 말들을 건넵니다.

가을 강. 천천히 흘러 하늘을 담는 가을 강. 느림 속에 고요함이 있고 그 고요함에 이를 때 강은 자신보다 더 넓은 하늘도 담을 수 있는 것이거늘 나는 아직도 조급하구나...... 온전히 하늘빛을 안을 수 있는 거울 같은 가을 강. 사람의 아름다움을 되비추어주는 맑은 거울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내 안의 오래된 갈망이 있구나...... 먼 하늘과 한 빛이 된 가을 강. 한 존재로 고유하되 다른 것과도 한 점 이물감 없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자연의 모습을 배우고 싶구나......


이제 시작되는 가을, 하늘을 담는 가을 강의 의미는 나에게 계속 말을 걸겠지만, 지금 내 안에는 강 한 줄기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내 안에 이미 흐르고 있었던, 단지 내가 그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었던 강 한 줄기를 발견했습니다. 이 강이 더 많은 생명을 품고 더 맑고 더 고요하게 흐르기를 소망합니다. 하늘과 마주하며 하늘을 담고 하늘을 닮아 그 한정 없는 하늘과 한 빛으로 어우러지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망을 안게 한 지난 3일간의 귀한 만남에 많이 감사합니다.


 
이름 비번
스팸방지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