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nite You & Your People 제61호: 물수제비뜨기의 즐거움
HIT 1229 / 최학수 / 2008-08-27
물수제비뜨기를 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돌멩이를 수면에 거의 평행하게 힘껏 던지면 신기하게도 돌이 가라앉지 않고 물을 통통 튀기며 날아가지요. 지난 일요일 참 오랜만에 물수제비뜨기를 해봤습니다. 양평 누님 댁에 갔다가 물을 좋아하는 둘째 아이의 성화에 낚시를 하러 가는 매형을 따라 나선 길이었는데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새로운 놀이거리를 찾아낸 것입니다.
대학 때 엠티 가서 해 본 기억이 있고 그 사이 두어 번이나 해봤을까, 별로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돌이 두세 번 튕길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는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어 한 번 해봤습니다. 납작해 보이는 돌을 집어 들고 사이드암으로 힘껏 던졌지만 결과는 아이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몇 번 더 시도해봤지만 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별 진전이 없자 이내 의욕이 떨어져서 잠시 쉬며 두 아이가 돌을 던지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둘째 아이는 덩치는 작지만 자세가 형보다 나았습니다. 돌에 다리, 허리, 어깨, 팔을 함께 움직여서 돌에 힘을 실어서 보내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반면 큰 아이는 자세가 영 어설펐습니다. 돌을 힘 있게 뿌리지 못하고 미는 듯이 던졌습니다. 그렇게 던진 돌은 힘이 없어서 멀리 가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동생과 비슷한 횟수로 물을 튀길 수 있었던 것은 적절한 돌을 잘 고르고 수면과 평행이 되게 스윙을 해서 돌을 회전시킨 줄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아이의 던지는 모습에서 감을 잡아서 다시 시도를 해봤습니다. 큰 아이에게 돌을 골라달라고 했습니다. 돌의 모양 차이가 정말 클까 싶었는데 편평한 돌이 수면에 닿는 순간 우리는 모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돌은 다리가 달린 듯이 경쾌한 모습으로 수면을 열 번도 넘게 달린 것입니다. 여러 차례 시도를 해봤더니 그때마다 열 번 전후의 튕기기가 나왔습니다. 곁에서 보고 있던 아내가 자기도 해보겠다며 돌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돌은 그대로 물속에 잠겨버렸습니다. 아이들도 자세를 바로잡아서 던졌지만 여섯 번을 넘기지는 못했습니다. 좋은 돌과 좋은 자세를 갖추어 던져도 던지는 힘 자체가 부족하면 한계가 있었습니다.
온 가족이 물수제비뜨기를 하다가 알았습니다. 이런 작은 활동에도 도구, 기술 그리고 힘과 열정이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을. 좋은 돌을 골라 호흡을 가다듬고 수면과 나란하게 온 힘을 모아 던지면 돌은 통통 물위를 튀며 날아갔습니다. 돌의 모양, 집중력, 돌과 물이 만나는 각도, 던지는 힘과 마무리 자세, 그 모두가 어우러지는 순간에 작품이 나왔습니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의 시도에도 안정되게 좋은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수십 회의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열다섯 번 이상 물위를 통통 튀어가는 돌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가족 공인 신기록을 세운 아빠를 바라보던 아이들의 존경(?)의 눈빛도 달콤했습니다. 물수제비뜨기. 심심풀이로 시작했던 놀이였는데,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서로의 모습에서 배우며 즐기는 사이에 그 원리와 묘미를 깨치면서 흥미진진한 놀이가 되었습니다. 주변에 또 이렇게 재미있는 놀이가 없나 둘러봐야겠습니다.